보건당국이 의뢰한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도입 타당성 연구 세 번째 결과가 올해 하반기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국가검진에 도입 여부 결정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C형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감염되는 감염병이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감염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위생적인 미용시술이나 손톱깎이, 면도기 등을 통해 일상에서 전파시킬 수 있다.
문제는 한 번 감염되면 70% 이상이 만성 C형간염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30%~40%는 간경변이나 간암 등으로 진행된다. 일단 간경변증으로 발전하게 되면 간이식이 요구되지만 공여자가 부족하고 이식 및 이식 이후 치료에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만약 간암으로 발전하면 5년 생존율은 40%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 40대~50대 암 사망률 1위는 간암이며, 치료비도 전체 암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든다.
그렇지만 C형간염은 치료가 어려운 감염병이 아니다. 99%의 환자가 먹는 치료제를 통해 완치된다. 관건은 제때 진단이 이뤄지느냐다.
과거 의원에서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논란과 함께 C형간염의 위험성이 알려지자 의료계에서는 C형간염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국가건강검진 항목으로 포함시켜 조기 발견 등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C형간염 단계에서 치료가 이뤄지면 주 생산 활동 연령대의 간암 사망률을 낮출 수 있어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제사회는 C형간염 퇴치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세우고 C형간염 검진과 치료지원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도 ‘국가 간염 검사의 날’을 제정해 C형간염 퇴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과거 수차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촉구하는 지적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관련해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만 명의 환자가 C형간염을 진단받았는데, 이 가운데 치료를 마친 환자는 불과 40%~60%였다. 이는 환자들이 제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진단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과 연관이 깊다. 수치는 나중에 C형간염 감염 여부를 인지해도 치료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에 따라,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국가검진위원회 논의와 더불어 환자 지원방안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연구결과와 유병률,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거쳐 국가건강검진 원칙에 근거, 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선 두 번의 타당성 조사와 함께 이번까지 총 세 번의 연구를 실시, 곧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국가검진위원회에서의 논의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범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C형간염 환자 수는 약 3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이 가운데 치료받은 환자는 약 20%에 불과하다”면서 “2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자신이 C형간염 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전파 위험까지 고려한다면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어 조기 검진과 치료가 유일한 예방법”이라며 “감염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통해 숨어있는 환자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