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와 동행을'...삼성 故이건희 안내견 학교 29년째 걷다

1994년 국내 첫 분양 이후 지금까지 총 267마리 안내견 양성

디지털경제입력 :2022/09/20 12:18    수정: 2022/09/20 14:02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에 따라 시작된 국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양성 사업이 올해로 꼭 29년째를 맞았다. 1994년 국내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최근 '그루'까지 모두 267마리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됐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안내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데 훈련 기간을 포함해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내와 노력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시각장애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해온 안내견 생애와 함께한 훈련사와 자원봉사자, 위탁 가정은 수천 가정에 달한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20일 경기도 용인에서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안내견 분양식은 코로나 이후 3년만에 개최되는 행사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9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해 29년간 운영해 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들과 함께 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면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20일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이들과 함께 새롭게 안내견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 퍼피워커(자원봉사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 분양을 시작으로,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하고 있다. 가장 최근 파트너와 맺어진 '그루'까지 포함하면 2022년 현재까지 총 267마리를 분양했고,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테마는 '함께 내일로 걷다,'다. 특히 마지막 ',(콤마)'는 새로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와의 동행이 시작되고, 은퇴견도 입양가족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등 이날 행사가 '끝이 아닌 시작'임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퍼피워커(첫번째 가족) ▲시각장애인 파트너(두번째 가족) ▲은퇴견 입양가족(세번째 가족)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안내견의 생애와 함께 해 온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안내견과 은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위탁받아 1년여를 돌보며 사회화 훈련을 담당했던 '퍼피워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이 키운 강아지가 당당한 안내견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감동과 떠나 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오늘은 안내견 8마리가 인생 동반자로 새출발 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수년동안 아름다운 동행 임무를 잘 마치고 은퇴를 축하하는 날"이라며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안내견학교, 시각장애인들 삶 개선...퍼피워킹 자원봉사의 헌신

안내견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또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을 스스로 관리하고 훌륭한 반려견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안내견학교에서는 약 한 달 가량의 안내견 파트너 교육 과정이 진행되며, 24시간 일대일 케어를 통해 교육을 진행한다. 첫 2주 동안은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각장애인의 거주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면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삼성은 안내견 분양 교육이 완료된 이후에도 소속 훈련사들을 통해 안내견이 은퇴할 때까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한다.

이처럼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서는 훈련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기간인 7~8년을 더해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퍼피워킹을 앞둔 생후 6주된 예비 안내견(사진=삼성)

안내견 교육에는 안내견학교 뿐만 아니라 강아지와 1년간 함께 생활하며 양육하는 퍼피워킹 자원봉사 가정의 노력도 따른다. 일명 '사회화' 과정이라 부르는 기간 동안 예비 안내견은 지하철, 버스, 마트와 같은 장소에서 노인과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일상 속 상황을 경험하고 사람과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강아지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 시작한 '퍼피워킹' 가정이 약 1천여 가정까지 늘었고, 현재 퍼피워킹을 하고자 신청한 대기 가정이 110여 가정으로 약 2년 간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기꺼이 시간과 애정을 쏟겠다는 자원봉사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은퇴한 안내견의 노후와 죽음을 함께하는 자원봉사 가족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이 같은 은퇴견 입양 가정은 엄마견·아빠견을 돌보는 번식견 가정과 더불어 누계로 각각 600여 가정과 200여 가정까지 늘었다. 퍼피워킹 가정, 은퇴견 입양 가정, 번식견 가정을 모두 합치면 1천800여 가정에 이른다.

안내견학교의 견사에서 근무한 자원봉사자도 현재까지 총 3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 1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엄격한 자원봉사자 자격규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해 오며 안내견 양성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일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6년에서 8년간의 안내견 활동을 마친 은퇴견들을 축하하며 꽃 목걸이를 걸어주고 있다. 사진=삼성)

■ 삼성, 안내견 문화 정착 노력 지속...'장애인 보조견 조항' 복지법에 도입

삼성은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시각장애 체험', 안내견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캠페인 등 다양한 노력도 병행해 왔다. 안내견 사업이 갓 시작된 90년대 초반에는 안내견과 함께 식당을 찾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할 때 '개'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시각장애인도 월드컵의 감동을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안내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미국 vs 폴란드 경기에 시각장애인 10명과 안내견을 초청하기도 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가 단독 후원한 부산아시안게임 성화봉송에서는 3명의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성화봉송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

훈련사와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견이 보행 연습중에 있다(사진=삼성)

정부와 국회도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함께 나서면서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택시나 버스, 식당, 호텔 등 공공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할 경우 처벌받게 되는 장애인 보조견 관련 조항이 1999년 '장애인 복지법' 내에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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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훈련사와 퍼피워킹 자원봉사자가 훈련과 사회화를 목적으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같이 법적인 지위를 동등하게 부여하는 법안(장애인복지법 40조)이 개정되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환경부는 2017년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국립공원 안내견 출입 문제를 해결했다.

내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개교 30주년을 맞이한다. 삼성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내견 육성과 훈련, 직원교육 등에서 세계안내견협회(IGDF)의 인증을 받은 검증된 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안내견과 파트너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NGO와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