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PC 프로세서, 기획부터 출시까지 3년 걸린다"

[인텔 테크투어] 아이직 실라스 부사장 "초기 기획은 핵심 인력 10명의 몫"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13 10:41    수정: 2022/09/13 13:27

[텔아비브(이스라엘)=권봉석 기자] PC용 프로세서는 연산을 담당하는 코어 이외에도 내장 그래픽칩셋, 메모리 제어, 전력 소모 제어, 입출력 등 다양한 회로를 탑재해 작동한다.

전자회로의 가장 기초적인 부품인 트랜지스터도 100억 개 이상 동원된다. PC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프로세서든 하루 아침에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이직 실라스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12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재 셰바(Sheva)에서 진행된 '테크투어' 행사에서 아이직 실라스(Isic Silas)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부사장은 "어떤 복잡한 프로세서라 해도 결국 엔지니어 몇 명이 모여 화이트보드에 쓴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 펜티엄M·코어 듀오 프로세서 등 혁신 제품 개발 담당

아이식 실라스 부사장은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Haifa) 소재 이스라엘 설계 센터(IDC)에서 일반 소비자용 PC 프로세서 개발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2003년 와이파이를 통합한 첫 인텔 플랫폼, 센트리노(Centrino)를 구성하는 펜티엄M 프로세서(개발명 바니아스)를 시작으로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엘더레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세서 개발에 관여했다.

인텔 이스라엘 시설에서 개발한 각종 프로세서를 소개하는 아이직 실라스 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이식 실라스 부사장은 "펜티엄M 프로세서는 와이파이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고 2005년 출시된 코어 듀오 프로세서(개발명 요나)는 당시 처음으로 한 프로세서 다이 안에 코어 2개를 넣은 혁신적인 제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1년에는 노트북용 메인보드(주기판)를 작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한 끝에 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셋을 통합한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리지)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소모는 물론 노트북 부피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실제 제품 출시 3년 전부터 기획

아이식 실라스 부사장은 이날 "인텔은 개발한 프로세서가 실제로 시장에 시판되는 시점에서 약 36개월 전부터 기획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열 명 남짓한 엔지니어가 3개월간 모여서 3년 뒤 소비자들이 어떤 기능을 원할지, 어떤 기술이 주류가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다.

아이식 실라스 부사장은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획 당시 아이디어를 모은 화이트보드 사진을 공개하며 "당시는 하이브리드 코어 구조를 '헤테로'(Hetero)라고 불렀다. 당시로서는 모험이었고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획 당시 주요 인력들이 아이디어를 정리한 화이트보드. (사진=지디넷코리아)

기획 과정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설계 단계에 들어선다. 다양한 반도체 IP를 한데 모아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1년여가 걸린다. 이 과정이 끝나면 생산을 위해 설계도를 넘기는 '테이프인' 단계로 넘어간다.

■ "제품 출시 전 15개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

테이프인 과정에서 전달된 설계도대로 반도체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받아 드는 데까지는 3-4개월이 소요되며 이 시점부터 제품 출시까지 1년여를 남겨두게 된다.

아이식 실라스 부사장은 "실제 제품 출시까지 15개월읖 앞둔 이 시점이 대량 생산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고객사에 1만 개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지속적으로 이를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직 실라스 부사장은 ”제품 출시 전 15개월 시점이 양산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프로세서를 공급받는 고객사도 인텔에서 전달받은 제품 특성을 바탕으로 설계 방향을 결정하며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코어도 윈도 운영체제의 지원이 필요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에도 제품 검증은 계속"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검증 과정이 시작되던 2020년 2월, 전세계는 코로나19 범유행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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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식 실라스 부사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일단 집으로 돌려보낸 다음 회의실 7개를 비우고 각종 장비를 들여놓아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코로나19 범유행 초기이던 2020년 2월 이스라엘 연구 시설 내 회의실을 임시 사무실로 전환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모든 제품이 순조롭게 개발되는 것은 아니며 5세대 코어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 노트북용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스레이크) 등 일부 제품은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계획과 제품 출시 일정이 네 달 이상 틀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