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상태의 물질이 움직이는 모습을 원자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차세대 배터리 물질 발굴 등에 유용할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는 그래핀을 이용해 투과전자현미경(TEM)의 실시간 액체 관측 성능을 높이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와 진성환 교수,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공동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됐다.
TEM은 전자빔을 쏘아 물질을 관찰하는 현미경으로, 광학현미경보다 수천 배 높은 배율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액체를 관찰할 때엔 액체가 증발되지 않도록 높은 진공 상태에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약 50나노미터(㎚) 두께의 질화실리콘 막이나 탄소 원자 하나 두께의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를 감싸서 내부 물질을 분석한다.
그러나 질화실리콘 막은 관찰 대상을 가릴 정도로 두꺼워 전자빔 분산이 일어나 해상도 높은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이미지 콘트라스트가 좋은 무거운 금속 화합물 관찰에 주로 쓰였다. 그래핀을 사용하면 분해능을 높일 수 있지만, 액체를 가두는 부분의 모양과 위치, 크기를 제어하기 어려워 일정한 조건에서 관찰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액체 캡슐을 개발했다. 질화실리콘 막의 원하는 위치에 수백 나노미터 크기로 구멍을 일정하게 뚫은 뒤 단결정 그래핀을 합성해 코팅했다. 2개의 막 사이에 액체를 두고 겹치면 액체가 구멍을 덮은 그래핀 두 막을 위아래로 부풀리면서 그래핀 사이에 가둬진다. 일종의 액체 캡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액체를 가두면 액체 속에 있는 실리콘 나노입자를 TEM으로 관찰할 수 있다. 단결정 그래핀의 두께는 탄소 원자 하나 정도라 액체 셀의 막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탄성이 좋기 때문에 액체 셀을 크게 부풀리지 않아 고진공에서 액체층을 얇게 유지할 수 있다. 막과 액체층이 얇아지면서 전자빔이 잘 투과돼 고분해능을 얻을 수 있다. 가벼운 원소나 고분자, 바이러스 등도 원자 단위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으리란 기대다.
또 질화실리콘 기판에 원하는 위치와 크기, 모양대로 구멍을 뚫을 수 있고, 구멍 하나 전체에 개별 액체 셀이 형성되므로 액체 셀의 기하학적 구조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액체 셀의 기하학적 특성에 따라 나노 물질의 물리적 거동 특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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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환 교수는 "질화실리콘 막보다 100배 얇고 3배 이상 강한 단결정 그래핀을 사용해 액체를 가둠으로써 TEM 이미지의 해상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라며 "액체 캡슐의 크기와 위치, 모양을 자유롭게 조절해 동일 액체 조건에서 물질을 여러 차례 관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욱 교수는 "그간 관찰하지 못했던 가벼운 화합물의 액상 합성 과정과 운동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혀 배터리 물질 개발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