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에도 기획재정부 출신이 지명된 것을 두고 국회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승진 지명했다. 조규홍 후보자는 지난 5월 복지부 제1차관에 임명된 데 이어 불과 넉 달 만에 장관 후보자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대통령실은 업무 연속성을 들어 조 후보자 지명 이유를 설명했지만, 앞서 외부인사인 정호영·김승희 전 후보자들이 각종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것도 조 후보자 지명과 무관치 않다. 앞서 임명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조 후보자까지 기재부 출신이라는 점은 일견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그렇지만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복지 전반을 관장하고 중앙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가진 부처라는 점에서 기재부 출신 장관 지명은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협소한 접근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디넷코리아는 조 후보자의 인사 검증을 준비 중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중진의원실의 보좌진들로부터 이번 지명에 대한 국회의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국회 복지위는 전문성으로 인해 보건의료인 출신 의원이 다수 소속되어 있으며, 상임위원과 보좌진들은 국회 회기를 거듭하며 복지위 소속돼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여야간 협치도 타 상임위와 비교해 비교적 원활하며 당파성도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A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복지부 내부에서 관료 출신을 택했다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일 해온 관료를 제쳐놓고 기재부 출신을 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복지부 내부에서도 우려가 존재한다”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미 기재부 출신이 임명된 상황에서 복지부 후임 제1차관도 기재부에서 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어 “복지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전문성 있는 관료를 장관으로 임명 했더라면 더 바람직하지 않았겠느냐. 복지부 정통 관료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지명”이라며 “복지부가 기재부 외청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B의원실 소속 보좌진은 “국민연금 등 업무를 고려해 기재부 출신이 차관으로 임명될 수는 있지만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보건복지 분야를 너무 만만히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가 보건복지 분야를 관장할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C의원실 보좌진은 “조 후보자 지명은 국민연금 개혁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기재부에서 관련 예산 다뤘다지만 보건복지 보건복지 쪽은 문외한 아니냐”고 반문했다.
D의원실 보좌진은 “윤 정부가 지출 합리화 및 복지 예산 억제 기조를 내세운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은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역할이 요구된다”며 “조 후보자가 정부 기조를 그대로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A의원실 보좌진도 “장관은 정책 뿐만 아니라 정무적인 역할도 요구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진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지만 야당도 복지부 장관에 대한 세 번째 인사청문회인 만큼 이른바 ‘현미경 인사검증’을 하기에는 부담이 존재한다. 이른바 ‘야당의 발목잡기’ 비판 때문이다.
F의원실 보좌진은 “인청이 세 번째라 너무 압박 검증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B의원실 보좌진도 “현미경 검증이 실은 도덕성 검증인데,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야당의 발목잡기 비판도 나오지만 적합한 인사 임명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실시된 지명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는 빠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지면 다음 달 초에 열릴 수 있다. 그러면 내달 초로 예정된 국정감사 기간에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수도 있다.
C의원실 보좌진은 “복지위 의원실은 국감 준비로 한창인데, 인사청문회를 위한 국회 자료 요청에 제출까지 시일 걸려있어 최악의 경우 국감 기간에 인청을 해야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인청과 국감 모두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의원실 보좌진은 “국감 직전이나 국감 중간에 인청이 이뤄질 시 만약 인청에서 특정 이슈가 나오면 국감이 아니라 인청 연장선상이 될 수 있어 국감 자체가 흐릿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A의원실 보좌진은 “인청을 통과하더라도 별로 흥이 나지 않는 분위기일 것”이라며 “이런 식의 지명은 보건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소극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전날 “복지부 1차관으로 4개월간 업무를 수행하며, 보건복지 정책은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했다”며 “장관으로 임명되면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하고 두터운 복지안전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