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SaaS시장 520조원...한국은 아직 우물안 개구리"

이한주 SaaS추진협의회장 "민관 힘 합치면 세계 시장 공략 가능"

인터뷰입력 :2022/09/08 09:11    수정: 2022/09/08 09:37

"세계 Saas 시장 규모가 520조원(4000억달러)이나 됩니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시장의 0.2%인 1000억원도 안됩니다.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대형 SaaS 펀드를 조성하는 등 SaaS 산업 육성에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한주 'SaaS(Software as a Service) 추진협의회' 회장(베스핀글로벌 대표)은 7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기업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IaaS와 달리 SaaS 시장은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산업 분야가 널려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가 이끌고 있는 SaaS 추진협의회는 한국SW산업협회(KOSA, 회장 조준희) 산하 조직으로 지난해 6월 발족했다. 회원사는 35곳에서 출발 현재 105곳에 달한다. 이 회장과 인터뷰 하는 이 날도 회원사가 1곳 더 추가되는 등 계속 늘고 있다. 협의회 발족 이유에 대해 이 회장은 "여태껏 클라우드라 하면 대부분 인프라(IaaS)에 초점을 맞췄다. 클라우드에는 IaaS도, PaaS도, SaaS도 있다. SW가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네트워킹을 하며 SaaS를 산업 차원에서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협의회를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오는 15일 3층 E홀에서 열리는 '제 1회 SaaS 서밋'에서 'SaaS 전환 및 본투비 SaaS 기업 성공 사례'를 주제로 좌장을 맡아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지디넷코리아와 한국SW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고, 같은 날 개막하는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과 함께 열린다.  

토크콘서트에는 SaaS 전환기업 크리니티와 전환 중인 기업 메디칼스탠다드, 본투비 SaaS 기업 마드라스체크 관계자가 나와 ▲SaaS 서비스로 전환 혹은 시작한 계기 ▲이 과정에서 겪은 기술, 혹은 비즈니스 애로 ▲각 SaaS기업 현황 과 비즈니스 확장 계획 ▲SaaS로 전환 혹은 SaaS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기업에 하고 싶은 조언 ▲SaaS 활성화를 위한 정부 요청 사항 등을 논의한다. 이 회장은 베스핀글로벌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역 인근 베스핀글로벌 사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나 국내외 SaaS 현황을 들어봤다.

이한주 SaaS추진협의회장이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aaS추진협의회는 작년 6월 발족해 현재 회원사가 105곳에 달한다.

-SaaS 추진협의회가 발족한 지 1년이 넘었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회원사는?

"작년 6월 발족했다. 그동안 코로나로 큰 활동을 못하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때 회원사가 33개사였다. 현재 105개사다. 연내 300개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

-국내 SaaS 기업은 총 몇 곳인가?

"잔디, 와탭 등 처음부터 시작을 SaaS 한 기업은 50개가 채 안된다. 하지만 한컴과 더존 같은 기존 패키지SW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도 합치면 꽤 된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SW기업은 2만5000여개인데 이중 SaaS기업이 800곳 안팎이라고 한다. 100%는 아니지만 한국에 있는 모든 SW기업이 대부분 SaaS 기업이 돼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모든 IT솔루션이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이 SaaS 전환에 느린 감이 있다."

-SaaS 추진협의회 회장이자 베스핀글로벌 대표이기도 하다. 베스핀글로벌은 어떤 회사인가?

"클라우드 MSP로 고객(기업)의 클라우드 도입과 운영을 도와주는 회사다. 지금까지는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도입시 인프라인 IaaS를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SaaS가 될 것이다. SaaS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하는냐가 관건이 될 거다. 이를 위해 우리는 클라우드 운영 자동화 툴인 '옵스 나우'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SaaS가 어려운 개념이다. SaaS를 쉽게 말해준다면

"제일 쉽게는 'SW 클라우드'다. 말 그대로 SW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거다. 정액을 내는 구독형으로 내가 설치하지 않고도 인터넷이 연결된 모든 기기에서 구독해 쓸 수 있는 거다. 컴퓨터는 결국 SW를 쓰기 위해 존재하지 않나."

-Saas가 왜 중요한가

"인프라 위에 애플리케이션, 즉 SW가 있다. 고객과 IT간 접목이 SW다. SW하면 많은 분들이 MS나 오라클만 말하는데, 겉으로는 안 나타났지만 각 산업별 특화 SW가 수없이 많이 있다. 이들도 점점 다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 더 들어가면 '병원을 위한 SW' 등 각 도메인별 SW가 있는데 이들도 다 SaaS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 자동차, 조선 등이 그렇다.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SW가 뒷받침돼야하는데, 이들 SW들이 다 SaaS로 바뀌고 있다. 이 흐름을 잘 타면 우리가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SaaS와 함께 많이 거론되는 IaaS 분야 국내 경쟁력은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적으로 IaaS 시장이 열린지 15년이 됐는데 한국은 다소 늦었다. KT, 네이버, NHN, 카카오 등이 하고 있는데 우리는 5년정도 밖에 안됐다. IaaS는 투자규모가 크다 보니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는 소비자나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코드를 갖다 쓰는 거다. 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주체(CSP)들은 엄청난 선투자를 먼저 해야 한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서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투자를 한후 비용은 나중에 받는게 클라우드 모델이다. 덩치가 큰 기업이 아니면 할 수가 없다. 미국계 글로벌 CSP들은 1년에 20조원씩 써가며 투자하고 있다. 보안 등을 감안하면 각 나라마다 자국 IaaS 기업들이 있어야 하는게 맞다. 쌀 농사를 포기할 수 없지 않나. 하지만 쌀이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 품목이 될 수는 없다. "

- SaaS 산업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IaaS는 IaaS대로 키워야 하지만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할 곳은 SaaS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자동차 처럼 키울 수 있는 산업은 IaaS보다 SaaS다. 왜냐하면 SaaS는 아직 세계 시장에서 공룡이 없다. 물론 세일즈포스와 오라클이 있지만, 이들도 세계에 퍼져 있는 산업에서 보면 일부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별의별 SW가 다 있다. ESG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는 어느 규모 이상인 모든 세계 기업은 ESG 스코어 코드를 다 실시간으로 내줘야 한다. 여기에는 ESG 대시보드와 스코어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게 다 SaaS다. SaaS는 세계 기업이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해도 늦지 않다. 어느 것 하나는 시장규모가 몇천억에서 1조, 10조를 한다. 이런 것들을 발빠르게 우리가 SaaS로 치고 나가면 된다. 대한민국 SW가 여태껏 내수 시장만 보고 커왔는데, 이제는 국산화가 아니라 국제화가 돼야 한다. 통상압력도 그렇고 소비자들도 그렇고 이제는 국산화 만으로는 안된다. 세계 SW 시장 판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니, 우리나라가 발 빠르게 움직이면 된다. 한국이 SW강국이라 할 수 없었는데, SaaS 시장에서는 찬스(기회)가 있다. SaaS추진협의회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SaaS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

"4000억 달러(520조원)쯤 된다. CSP들의 매출을 더한 거다. 그런데 한국은 1000억원도 안된다. 세계 시장의 0.2% 밖에 안된다. SaaS가 IaaS보다 세계 시장 규모가 더 크다. IaaS는 3000억달러쯤 된다. 특히 SaaS는 시장 규모가 매년 수십% 증가하고 있으니 5년안에 1000조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중 10%는 우리나라가 차지했으면 좋겠다. 시작 시기도 SaaS가 IaaS보다 빨랐다. SaaS는 98년쯤 시작했다. 반면 IaaS 원조인 AWS는 2006년 시작했다. 재미 있는게, IaaS 시장은 플레이어(기업)가 소수다. AWS 등 미국 기업과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에 한국 기업들이 몇개 있다. 세계적으로 10곳 안팎이다. 일본에도 IaaS 기업은 없다. 내가 중동에 가면 한국의 IaaS 기업을 설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IaaS는 IaaS대로 기회가 있다."


-SW는 기술 지원과 버전 관리 등 여러모로 제조품과 다르다. 한국 SaaS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미국 이외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가 꽤 있다. 호주 기업 아틀라시안이 내놓은 '자라'가 대표적이다. 자라는 비 미국계 기업이지만 성공했다. 호주는 왜 성공했을까? 지금은 인터넷과 오픈소스 시대다. 이걸 잘 활용하면 된다. 레드햇도 마찬가지다. 레드햇은 처음엔 서포트 회사였다. 코딩을 안해 기존 SW회사들이 낮춰봤었다. 그런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됐다. SAP는 왜 성공했나. 제조강국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자기네 제조를 세계에 퍼트린게 SAP다. 한 나라에 앞서가는 산업이 있으면 SW도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SaaS가 문화 상품이라는 건 무슨 말인가

"SaaS를 판다는 건 우리의 철학과 일하는 방법, 즉 문화를 파는 거다. 나는 Saas를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본다. 요즘 대한민국 문화 상품이 잘 먹히지 않나. 여기에 세계의 일하는 방식이 보편화 됐다. 옛날에는 UX가 다 달랐다. 지금은 아니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폼팩터가 작아지고,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모바일을 장악하면서, 두 거대 회사가 스탠더드를 정해준 거나 마찬가지다. 애플과 구글이 정한 틀을 통과 못하면 팔지를 못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 세계가 이 두 가지로 보편화 됐다. 보편화된 UX에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도 보편화됐다. SW수출면에서 보면 그만큼 유리하고, 한국 SW가 밖에서 먹힐 수 있는 거다. 이제는 코딩을 잘하고, 또 이보다 앞서 기획을 잘 하면, 우리의 철학과 프로세스가 뭔지 명확히 알고 이를 SW로 구현하고, 기획을 통해 이 것이 먹힐 산업군을 찾아 공략하면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한국에는 중대재해법이 통과됐다. 이 때문에 건설과 제조 등 현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SW가 이를 해결해 주면 된다. 이런 기회가 세계에 널려 있다. 원전 수출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1조짜리가 100개 있으면 100조 인더스트리(산업)가 되는 거다."

-정부가 공공 시장 진입 인증인 CSAP를 세분화, 외국계 기업도 공공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놓고 외국계 기업이 황소개구리가 될지 아니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메기가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보나?

"충분히 황소개구리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아무런 장치가 없으면 그렇게 될거다. 일본을 봐라. 일본만 해도 자국산이 없고 다 미국꺼 쓴다. 한국 내수 시장이 사이즈(크기)가 애매하다. 미국이 관심을 둘 사이즈가 아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제일 먼저 가는게 아시아에서는 일본이다. 한국이 아니다. 시장 크기 때문이다. 빗장을 풀되 체계적으로 풀고 또 투자를 해야한다. 산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어떤 투자가 필요하나

"SaaS를 산업으로 보고 키워야 한다. SaaS 기업이 왜 돈이 필요할까. 먼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선 투자를 하고 비용을 나중에 받는게 SaaS고 클라우드 모델이다. 투자한 돈이 이익이 되려면 적어도 4~5년은 기다려줘야 한다. 미국은 공식이 있다. 엔터프라이즈, 대형 기업의 SaaS는 보통 5년을 기다려 준다. B2B SaaS가 좋은게 차곡차곡 쌓인다는 거다.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는 정책자금이 들어와야 한다. 우선 VC들이 펀딩을 해줘야 하고, SaaS 전용 펀드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베스핀도 SaaS펀드를 만들었다. 미래 먹거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제조(매뉴팩처링)는 근본 문제가 있다. 연료를 수입해야 한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 침공 같은 일이 일어나면 큰 곤란을 겪는다. SW는 그렇지 않다. 연료가 사람이다. 공급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좋은 인재만 있으면 된다. 게임도 SW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어디서 부를 창출했나? 게임이다. 게임 잘하면 SW도 잘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을 뭘로 만드나? 다 SW로 만든다. 충분히 된다. 이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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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사스 기업이 나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부 자체도 IT를 소비하는 소비자이니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 SW를 있는 그대로 써달라. 지금까지는 구축형으로 많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제품으로 안 남았고, 시스템이 너무 무겁다 보니 해외에 팔 수도 없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순위가 높은데 왜 수출이 적나? 시스템이 무겁기 때문이다. SaaS를 하나의 산업으로 키우려면 정부가 먼저 SaaS를 써 줘야 한다. 또 정부 평가에 구축형보다 SaaS를 더 좋은 점수를 줘야 한다. 정부가 가진 문제를 다 공개할테니, 이를 해결하는 SaaS 제품을 가져오라고 하면 시장이 활성화 할 것 같다.  특히 기재부가 매년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이 부분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 어떤 밑에 IaaS 클라우드를 써라, 이런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 IaaS는 IaaS대로 SaaS는 SaaS 대로 키워야 한다. 우리가 코엑스 3층에서 15일 개최하는 개최하는 '제 1회 SaaS 서밋'에 이런 이야기들이 다뤄진다.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