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퇴사'에 자금난까지…찬 바람 부는 'K-스타트업'

전체 투자금·정부 모태펀드 예산안 감소세…'정부 지원책 요구' 의견도

중기/스타트업입력 :2022/09/05 18:44    수정: 2022/09/06 16:03

최다래, 김성현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금리인상 기조 등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치는 모양새다. 투자가 위축되고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자, 인력 이탈이 잇따르면서 복수 스타트업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는 최근 300여 개 협력 업체 총 40억원 규모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전 직원 권고사직을 통보, 서비스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쉬코리아 '부릉', 온·오프라인 클래스 플랫폼 '탈잉'도 C레벨 등 핵심 인력이 줄퇴사하면서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모태펀드 감소, 대내외 투자 시장 위축 등으로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 오늘회·메쉬코리아·탈잉, 자금·인력난으로 '비상'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늘회’ 운영사인 오늘식탁은 지난달 말 전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오늘회 앱 상품 대부분은 일시품절 혹은 매진 상태였다가 5일 오후 일부 상품 위주로 서비스 되고 있다. 

작년 초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오늘식탁은 지난 1~4월 매출액 약 131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누적 회원수도 75만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물류센터 고도화와 서비스 지역을 넓히는 등 외형 확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에 봉착했다.

오늘회는 5일 공지사항을 통해 "부득이하게 9월 1일 서비스를 일시 중지 시킨 것은 실제로 오늘회 서비스를 재정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라며 "추석 직후 서비스 재개하려고 내부 팀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는 전직원 권고 사직과 서비스 운영 지속 여부를 묻는 말에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VROONG) 운영사 메쉬코리아도 핵심 인력들의 ‘줄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스탠퍼드 출신의 인공지능(AI) 전문가인 김명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를 떠난 데 이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온 주상식 최고디지털책임자(CDO)가 지난달 회사를 떠났다.

메쉬코리아는 경기 김포, 남양주에 이어 올 초 곤지암에도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며 종합 물류 플랫폼 회사로 사업 전환을 가속했다. 다만 급속도로 규모를 키운 데 반해, 수익화가 더딘 탓에 회사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오간다. 업계 안팎에선 연이은 퇴사행렬도 이와 유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탈잉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탈잉은 지난해 2월 메가스터디, 엔베스터, 신한대체투자운용, DSC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등에서 15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한 후 팬데믹 수혜를 누리며 포트폴리오를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탈잉은 ‘C레벨’ 임원 모두 회사를 떠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벤처 투자 시장이 전체적으로 쪼그라들면서, 불투명한 사업 전망과 성장 지연 등 불안감이 내부 직원들의 퇴사를 막을 수 없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국내 모태펀드·투자 시장↓...유동성 기댔던 스타트업 위기감 고조

이런 위기는 '펀딩' 호황기와 견줬을 때 치열해진 시장 경쟁, 무리한 자금 운영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VC) 대표를 지냈던 한 관계자는 "VC들끼리 '망할 회사도 안 망한다'는 얘기가 오갈 만큼 그간 시장 상황이 좋았다"면서 "VC들이 신중론을 펼치고 있어, 당분간 (투자)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고 봤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7월 스타트업 총 투자건수는 135건, 투자금은 8천36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116건에서 16.37% 늘어난 수치지만, 전월(174건) 대비 22.4% 감소했다. 투자금의 경우, 전년 동기(3조659억원) 대비 72.7% 줄어들었다. 지난 6월(1조3천691억원)과 비교해도, 40% 가까이 내림세를 보였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동성에만 기대 규모를 키워왔던 스타트업들이 업계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수익성은 없어도 마케팅을 통해 거래액이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늘려도 (투자사에) 어필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젠 (사업) 지속성을 따지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 풍부했던 유동성이 근래 움츠러드는 동시에, 정부에서도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원인 모태펀드 예산안을 감축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은 3천135억원으로 편성됐다고 지난달 말 밝혔다. 올해(5천200억원)와 비교했을 때 40%가량, 재작년 1조700억원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태펀드 예산 삭감이 반드시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모태펀드 출자총액을 감소시킨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면서 “회수재원과 모태펀드 예산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회수재원을 고려해 전체 모태펀드 출자예상 금액을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교수는 “투자환경이 거시 외부 환경에 의해 변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우수한 기업조차 투자 분위기 위축에 따라 적절한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도록 시장 참여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 등의 이유로 때아닌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제공=이미지투데이)

정부 독려가 필요한 상황이란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조성이 절대적인 기술 기업의 경우, 투자금을 활용한 연구개발(R&D)을 상시 수반해야 한다"며 "업계 내 '슬로우 다운(보수적)' 추세가 지속되면서도, 투자에 나서는 VC들에게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책을 선보일 필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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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태펀드를 확대해 스타트업 생존을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에서 투자 감소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업계는 이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생존을 위해 모든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모태펀드를 확대해 스타트업 생존과 성장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며 "모태펀드 수익률이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온 만큼, 지금은 규모를 더 키워 수익을 내고 재투자를 통해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