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가 찍은 달 사진, 왜 흐릿한 흑백일까

고해상 카메라는 100km 상공 관측용...이번 사진은 기능점검 일환

과학입력 :2022/09/02 15:35    수정: 2022/09/02 16:27

지난 1일, 달 탐사선 다누리가 우주를 비행하며 찍은 지구와 달의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들은 지구에서 약 124만㎞ 떨어진 지점에서 지난달 26일과 29일 각각 촬영됐다. 우리나라가 지구 중력권 밖에서 최초로 촬영한 사진들이라는 의미가 있다.

8월 29일 14시 촬영 사진, 지구로부터 130만km 거리에서 촬영 (자료=과기정통부)

그런데 이 사진들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찍은 달 사진보다 화질이 안 좋다' '21세기에 왠 흑백 사진이냐' 등의 반응도 쏟아졌다.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 다누리는 왜 저화질 흑백 사진을 찍어 보냈을까?

이는 다누리에 실린 달 탐사용 고해상도 카메라(LUTI, Lunar Terrain Imager)의 임무와 기능, 다누리와 다른 탑재체와의 무게 및 연료 균형 등과 관련된 문제다.

다누리가 촬영한 사진 기사에 달린 댓글들

■ 다누리 고해상도 카메라는 달 상공 100㎞ 관측 위한 장비

LUTI는 달 상공 100㎞ 높이를 돌며 달의 지형을 관측하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카메라이다. 반면 이번에 찍은 사진은 지구에서 124만㎞ 떨어진 곳에서 기능 점검을 위해 촬영한 것이다. 설계 때 염두에 둔 작업 거리보다 무려 1만 2천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찍힌 셈이다.

해상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 달까지 탄도형 달 전이(BLT) 방식으로 항행하는 동안 지구와 달의 사진을 찍는 것은 다누리의 임무도 아니다.

LUTI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달 궤도에 진입한 후 달 탐사선 착륙 후보지에 대한 정밀한 지형 관측을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203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달 착륙선이 내려 앉을 최적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를 모은다는 목표다.

다누리에 탑재된 고해상도 카메라(LUTI) (자료=항우연)

이를 위해 항우연 연구진은 달 환경에 맞춰 목표한 임무를 수행할 기능을 구현하면서, 다누리의 제한된 크기와 무게에 들어맞게 카메라를 설계 및 제작해야 했다.

■ 흑백으로 촬영해도 핵심 임무엔 영향 적어

LUTI 개발을 주도한 허행팔 항우연 위성탑재체연구부장은 "달 표면은 물질 상태가 단순해 굳이 컬러로 촬영하지 않더라도 지형을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라며 "달의 특수한 환경과 다누리 선체의 제약 등에 맞춰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달을 관측하는 장비는 대부분 흑백 촬영을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달은 밝을 때와 어두울 때 밝기 차이가 매우 크기 떄문에 이에 맞춰 카메라의 민감도나 노출을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다누리 자체의 크기와 무게에 따른 제약도 컸다. 다누리의 총 중량은 678㎏이며, LUTI 등 6개 탑재체 총 중량은 34.2㎏이다. 이중 LUTI에 할당된 무게는 12㎏이었다. 탐사선 및 탑재체 어느 부분이라도 조금만 무게나 크기가 늘어나면 달까지 가는데 필요한 연료가 급증한다. 이 때문에 다누리는 관측 장비를 최대한 많이 실으면서 연료를 아끼기 위해 4개월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는 BLT 궤적을 택해야 했다.

발사를 앞둔 다누리가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 중이다 (자료=항우연)

LUTI는 무게와 크기의 제약 속에서 달의 특수한 환경에 맞춰 내구성과 해상도를 높여야 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유익이 없는 컬러 장비를 실어 조금이라도 CCD 소자를 늘이거나 부품 크기를 키우기보단 흑백 촬영 장비를 싣는 것으로 결정했다.

허행팔 부장은 "달 상공 100㎞ 고도에서 달 표면을 촬영해 지형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연료와 크기의 제약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라며 "선진국의 어느 위성 장비 못지 않게 환경의 제약과 요구 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췄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 달 착륙선 착륙 후보지 발굴 

LUTI는 두 개의 동일한 망원경을 장착, 관측폭을 넓혔고 광학부와 전자부 각각이 독립된 두 세트를 구성해 신뢰도도 높였다. 내년 1월 다누리가 달 궤도에 안착한 후 우리나라 달 탐사선 착륙 및 원격 탐사를 위한 후보 지역을 찾는 임무를 수행한다. 

약 40여개 착륙 후보 지역을 도출하는 한편, 미래 달 탐사를 위한 후보 지역도 탐색한다. 국내외 과학 연구를 위해서도 LUTI 영상 자료를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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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에 실린 6개 탑재체 (자료=항우연)

다누리에는 이 외에도 달 전역에 대한 다파장 편광영상을 촬영하는 광시야편광카메라(폴캠)와 우주 공간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자기장측정기, 달 표면 자원 탐사의 기반이 되는 감마선분광기 등이 실려 있다.

미국 항공우주청(NASA) 요청에 따라 달 극 지방의 음영 지역을 관측하는 섀도캠과 심우주 인터넷망 실증을 위한 통신 장비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