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Arm이 미국 팹리스 기업 퀄컴을 제소하면서 두 회사가 정면 충돌하게 됐다.
이번 소송으로 그 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던 두 회사의 미래도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고 미국 경제 매체 CNBC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을 디자인할 권리를 둘러싼 중요한 분쟁이라고 이 매체가 분석했다.
■ 누비아가 Arm과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 유효성 여부가 쟁점
이번 소송은 지난 달 31일 Arm이 라이선스 계약 위반 혐의로 퀄컴과 누비아를 미국 델라웨어지방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누비아는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용 ‘A시리즈’ 칩을 설계한 기술자 3명이 2019년 설립한 회사다. 퀄컴이 지난해 14억 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누비아가 퀄컴에 인수되기 전 Arm과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의 유효성 여부다. 누비아는 이 계약으로 퀄컴 아키텍처를 활용해 프로세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그런데 퀄컴이 지난 해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게 됐다. Arm은 누비아가 퀄컴에 인수됨에 따라 이전에 맺은 라이선스 계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Arm은 퀄컴이 누비아로부터 확보한 칩 정보 및 하드웨어 파기와 함께 손해배상까지 요구했다.
반면 퀄컴은 “Arm은 퀄컴이 주문제작 중앙처리장치(CPU)와 관련된 광범위한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소송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퀄컴을 대리하는 앤 채플린 변호사는 “이번 분쟁으로 오래되고 성공적인 관계에서 벗어났다”며 “Arm은 퀄컴이나 누비아의 혁신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 상장 앞둔 Arm, 확장 노리는 퀄컴 모두 '양보하기 힘든 일전'
이번 소송은 두 회사의 향후 행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회사 매각을 추진했던 Arm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각국 규제 당국의 견제로 결국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들도 반독점 심사 때 연이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결국 모회사인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을 포기하고 기업공개(IPO)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런 상황인 만큼 Arm에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CNBC가 분석했다.
퀄컴에게도 이번 소송은 굉장히 중요하다.
퀄컴은 지난 해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시장에서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퀄컴은 누비아를 스마트폰, PC 칩 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누비아는 또 퀄컴이 애플 M시리즈 칩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핵심 무기로 꼽힌다.
또 퀄컴은 인텔과 AMD가 지배하고 있는 서버 칩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퀄컴은 아마존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누비아 기반 클라우드 프로세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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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아가 라이선스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퀄컴의 이런 칩 전략의 기본 틀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퀄컴으로선 양보할 수 없는 법정 공방인 셈이다.
CNBC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두 회사의 소송은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핵심 칩을 디자인할 권리를 둘러싼 중요한 분쟁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