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에 있는 가장 큰 혈관이 ‘복부대동맥’이다. 심장에서 복부로 내려오는 이 혈관을 통해 혈액이 각각의 장기로 공급된다. 하지만 여러가지 원인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크기가 정상 혈관 대비 1.5배 이상 늘어나기도 하는데, 이를 복부대동맥류라고 한다.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검사상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터진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오기 때문에 사망률이 매우 높다.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고현민 교수는 “복부대동맥류가 생길 수 있는 원인에는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으며 유전 질환은 아니지만 부모가 복부대동맥류를 앓았던 적이 있다면 자녀 또한 생길 확률이 높다”며 “예고 없이 터질 위험이 있는 질환으로서 터지면 엄청난 양의 출혈이 발생, 수 분 내에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거나 배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사전검진을 통해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에는 대표적으로 복부CT 혹은 초음파 검사를 통한 복부혈관검사가 있다. 호발연령이 50대 이상임을 감안해 50대에 들어섰다면 한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복부대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치료하는 것이 아니며, 크기와 모양에 따라 치료여부 및 방법을 선택한다.
고현민 교수는 “복부대동맥류의 직경이 5㎝미만이면 1년 안에 터질 확률은 1% 미만으로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추적관찰을 하지만, 직경이 5㎝를 초과하면 터질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며 “직경 이외에도 대동맥이 주머니 모양이거나 감염된 소견을 보인다면 크기에 상관없이 가능한 빨리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에는 시술과 수술이 있으며, 환자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 시술은 국소마취 후 서혜부 쪽에 작은 구멍을 뚫어 스텐트로 된 인공혈관을 대동맥 안에 삽입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 있다. 합병증 위험의 부담이 적어 환자의 나이가 많거나 전신상태가 좋지 않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동맥류를 완전히 제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삽입한 스텐트 그라프트와 혈관벽 사이에 피가 샌다면 혈관이 계속 늘어날 수 있어 시술 후 정기적인 검사가 동반되어야 한다.
고현민 교수는 “수술적 치료는 대동맥류를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복부 전반을 개복한 후 혈관을 교체하는 동안 혈액을 차단하게 된다. 이때 심장이나 폐, 신장 등에 무리가 가면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수술이지만, 장기적으로 감염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젊은 환자나 전신상태가 양호하다면 수술적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부대동맥류의 치료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돼야 하고, 잘못되면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집도의의 역량과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