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플러스글로벌 가보니…"세계 최대 반도체 중고 장비 단지"

2만평 건물서 장비 1000대 시험·유통…"2030년까지 7만평 확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8/28 10:25    수정: 2022/08/28 20:45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중고 장비 단지를 만들어 다양한 회사가 중고 장비를 시험하며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겠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20년 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높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전공정·후공정, 디스플레이 중고 장비를 유통하는 회사다. 2000년 창립 이래 22년 동안 4만대 이상의 중고 장비를 4천개사에 공급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중고 장비 전시장(사진=유혜진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중고 장비 단지”

지난 2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을 찾았다. 새로 지은 7만㎡(약 2만1천평) 건물이 위용을 뽐냈다. 건물에는 6만㎡ 항온·항습 장비 전시장과 1천700㎡ 클린룸, 1천600㎡ 데모룸, 복리후생 시설 등이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이를 반도체 클러스터(Cluster)라 불렀다. 5년 뒤까지 건물 2~3개동을 더 짓기로 했다.

김 대표는 “여러 회사가 모이게끔 클러스터를 꾸렸다”며 “올해 말까지 10개사가 들어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주 인원은 200명”이라며 “올해 말까지 400명, 2030년까지 2천명이 일할 수 있게 시설을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가 2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중고 장비 전시장을 지디넷코리아에 소개한 뒤 미소 짓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중요성 비해 작은 시장 안타까워”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중고 장비가 공급망을 안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장비를 주문부터 입고하기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반도체 소자,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요즘 장비 사면 1년6개월 뒤에야 받는다’고 하더라”며 중고 장비를 대안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중고 장비가 많이 나오지만 과연 잘 쓰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중고 장비 시장 규모가 새 장비 시장의 10%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소재나 부품을 개발할 때 중고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며 국가 연구개발(R&D)에도 쓰이길 희망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있다.(사진=유혜진 기자)

“반도체 패권 다툼 우려를 기회로”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다투는 반도체 패권 경쟁이 장비 수출 금지로 이어져 김 대표는 “상당히 걱정된다”고 했다. 다만 기회도 엿봤다. 김 대표는 “중국이 성숙 공정에 투자하면서 반도체 중고 장비 수요는 늘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어 “미·중 사이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 ASML에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팔지 말라”고 했다. ASML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미국 정부는 ASML이 중국에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마저 못 팔게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했다. DUV는 구형이지만 여전히 자동차·전화·컴퓨터·로봇 등에 널리 쓰인다. 김 대표는 “서플러스글로벌은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네덜란드 ASML,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등과 모두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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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사진=서플러스글로벌)

“꿈은 크게 엉덩이는 무겁게”

김 대표는 무역회사를 다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망한 산업을 찾다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자본금 4천만원으로 시작해 여러 차례 망할 뻔 했다”며 “꿈은 크게 엉덩이는 무겁게 했더니 이 자리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으로 2천66억원, 영업이익 308억원을 기록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어려운 시절을 뒤로 한 채 사회와 함께하고 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톡톡이네’를 설립해 발달장애인 15명을 고용했다. 톡톡이네가 반도체 장비 전시장, 사무실, 공유오피스, 사내 커피전문점, 무인 편의점 등을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