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미래의료가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개인·맞춤·예측의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전망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신종 감염병·기후 위기·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혹은 적대적인 변화 앞에 미래의료는 어떠한 방향이어야 할지 산·학·연과 함께 고민을 시작해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 및 안착을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자체 기술력 등 기업 역량과 더불어 자금과 노하우가 부족한 우리 기업을 받쳐줄 ‘서포터’가 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덕분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전략단 ICT융합국제의료팀은 앞선 ‘서포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ICT융합국제의료팀의 업무는 ▲ICT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지원 ▲ICT기반 외국인환자 사전상담·사후관리 ▲디지털 헬스케어 글로벌 파트너 구축 및 해외 판로개척 지원 등이다.
특히 ICT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지원 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추진되어 왔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ICT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사업모델 개발 및 시범사업 ▲선정·모니터링·성과관리 등 후속운영 지원 ▲디지털 헬스케어 해외시장진출 지원 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지금처럼 주목받기 이전부터 진흥원이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 2020년 1천525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7년 5천88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지원 사업’은 ▲신규사업 모델개발 ▲시범사업 운영지원 ▲우수 시범 사업 후속지원의 세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른 성과도 좋다.
또 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다인기술’은 미국에 진출해 보험 청구 실적도 이뤄냈다. 이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코칸트 병원에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도 이뤄졌다. 이밖에도 ▲베트남 모바일 건강관리서비스, 현지 거점 병원과 MOU 체결 ▲아동병원 EMR 구축 사업 수주 ▲아동병원 원격협진 제공 및 원격협진 사업화 추진 MOU 등도 주된 사업 실적으로 꼽힌다.
이와 연계해 비대면 진료를 통한 해외 환자 유치 사업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국가 간 이동 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환자가 급감하자, 러시아 CIS 4개국·베트남·몽골 등 전략국을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백승수 진흥원 ICT융합국제의료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수술을 받기 전에 ICT 기반으로 사전 문진이 이뤄져 환자가 우리나라에 입국 시 빠르게 수술이 이뤄진다”며 “수술 이후 사후 관리도 ICT 기반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에만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성광의료재단이 해당 사업을 수행했다. 백 팀장은 “의료관광 측면에서도 스마트하고 선도적인 고객 친화적 이미지가 만들어져 환자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진흥원이 앞선 전략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진출 사업을 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유럽의 경우, 시장 규모는 크지만 ‘레드 오션(Red Ocean)’으로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백승수 팀장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버릴 수는 없지만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이 진검승부를 하는 만큼 경쟁 강도가 세다”며 “당장 시장은 크지 않아도 우리나라에 대해 수용도가 좋으면서 경쟁력을 갖고 할 수 있는 곳을 전략적으로 선정해 진출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올해부터 향후 5년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우즈베키스탄 시장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즈베키스탄을 통한 해외 진출이 많아져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백승수 팀장은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에 높은 선호도를 갖고 있고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도 많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팽창하고는 있지만, 국내 관련 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가벼운 게 사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협회가 2021년도 기업 실태조사를 통해 363개 관련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 가운데 매출이 5억 미만이라고 답한 곳이 전체의 40%에 달했다. 이밖에 ▲10억~50억 원 19% ▲50억~100억 원 11% ▲500억 원 2% 등의 순이었다.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도 14%나 됐다.
또 첫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에 대해 회사 창업 후 2년~3년 후 매출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38%였다. 다음으로 ▲4년~5년 24% ▲1년 미만 20% ▲10년 이상 6% 순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재정구조와 첫 매출까지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정부의 주도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이 이들 기업에게 해외진출을 적극 권장·지원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아직 성글지 않았다는 점도 종합 고려됐다. 백승수 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특징을 고려해 기업이 끈기를 갈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조성해주고, 기업 투자 유치까지 유도해주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4분기에 ‘디지털 치료제 미래 전망 및 해외진출 전략’ 세미나를 비롯해 미국과 독일에 우리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함께하는 로드쇼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백 팀장은 “국내 기업을 글로벌 기업과 매칭하는 성공사례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