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만들기...현장경영 속도

내달 美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 참석·컨트롤타워 부활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22/08/25 15:51    수정: 2022/08/25 16:2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특별복권 이후 나흘만인 지난 19일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센터 기공식에 참석하고, 닷새만인 24일 또 다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하는 등 왕성한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또 지난 16일 서울 모처에서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RT 프로젝트 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로 다음달 미국 테일러시 제2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 반도체 R&D 센터 기공식·삼성엔지니어링 방문…반도체·인프라 건설 챙겨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사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경계현 DS부문장, 이재용 부회장, 정은승 DS부문 CTO,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대외 행보로 반도체부터 챙겼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기흥 캠퍼스는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1980년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상징적인 곳이다. 기흥 캠퍼스 내에 들어서는 반도체 R&D 단지는 약 109,000㎡(3만3천여 평) 규모로 건설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날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시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이병철 선대회장의 말씀을 되새기며,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에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인프라 건설 사업을 검토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은 4조5천억원 규모의 멕시코 타바스코주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1조4천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등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몇 년간 중동 국가들과 삼성의 비즈니스 기회를 결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공을 들여왔듯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통해 미래 사업에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美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 참석 거론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제2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삼성은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착공을 위해 땅을 다지는 기초공사 중이며, 지난달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은 테일러시에서 일할 공조·가스 설비 운영 매니저와 유지관리 매니저를 채용했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테일러시에서 '테일러 건설 현장 취업 박람회'를 열고 공장 건설 인력 확보에 나섰다.

올해 4월에 공개된 삼성전자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 모습(사진=미국 테일러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이르면 다음달 착공식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의 세제 혜택을 받고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는 만큼, 이 부회장이 착공식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파운드리 경쟁사 TSMC가 다음달 3나노 공정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를 의식해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부정회계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부당합병 혐의 재판 등으로 매주 목요일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다음달 추석연휴에는 재판이 열리지 않아 이 기간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다음달 착공식이 개최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착공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내달 13일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시점에 착공식이 진행된다면, 한·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올해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이 부회장과 한·미 정상이 만난 이후 4개월만에 재회하게 되는 셈이다.

■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여부도 주목

한편 이 부회장이 사면 복권 이후 대외적인 경영활동에 돌입함에 따라 새로운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3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연결고리로 지목되면서다. 이후 삼성그룹은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관련기사

재계에서는 거대 기업인 삼성이 대규모 투자 및 경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총괄부서 복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속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둘러싼 전략 짜기, 발빠른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핵심 계열사간 한계 및 중복 사업 점검, 조직 문화 및 쇄신 등 새로운 '뉴(NEW)삼성'의 정립이 필요해 올 11월 대규모 조직개편과 함께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삼성 측은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