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굴도 못봤어요. 자꾸 악취가 나니까 옆집 사람이 집 주인에게 말해 신고했다고 하는데…. 안타까워서 어쩌나."
22일 오전 찾은 60대 여성과 20~3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 세 모녀 시신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에 의해 수습된 상태지만 이 주택 1층에서는 여전히 악취가 남아 있었다.
인근 빌라 주민은 "엄마와 두 딸이 살았다고 하는데, 전혀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며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세 모녀는 전날 옆집 거주자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해당 연립주택 주인의 신고로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외부인 침입 흔적은 없었다. 현장에서는 이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도 나왔다. 유서에는 건강 악화와 생활고 등을 비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 모녀는 2020년 초부터 해당 주택에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이들의 모습을 거의 본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세 모녀는 해당 주택에 전입신고도 돼 있지 않았다. 통상 보증금 규모가 크지 않은 월셋집의 경우 주민등록 이전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당 입주자들 대부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45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관할 동행정복지센터(권선1동)에서도 이들의 거주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권선1동 관계자는 "전입신고가 안 돼 있다보니 기초수급 여부라든 지 등 아무런 행정 기록도 없다"며 "일가족이 그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사각지대 놓인 분들의 경우 통상 통장 등이 '어려운 사람이 산다'라고 알려줘 인지하게 되는데, 주소지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이웃과 단절된 생활을 할 경우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스1 취재 결과 세 모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화성시로 확인됐다. 2004년부터 화성시 거주로 돼 있었으나 이마저도 지인 집에 주소만 옮겨 놓은 것이었다.
이들 세 모녀는 3년전 가장인 남편이 사망한 뒤 건강 문제와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등록이 돼 있던 화성시나, 거주했던 수원시 등 행정당국으로부터 어떠한 복지 지원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는 의료 혜택을 받은 기록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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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세 모녀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망 시기 등을 조사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친인척 등 유족을 수소문해 세 모녀가 숨지기 전 행적을 파악할 방침이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