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브레인' 사상가 친딸, 車 폭발로 사망

"푸틴, 이 사건으로 보복 공격 강행할 것…공격 구실 생겨"

생활입력 :2022/08/22 13:43

온라인이슈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모스크바에서 20일(현지시간) 차량 폭발사고로 숨졌다.

친러 측에서는 이 부녀를 노린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쟁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내부 소행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로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 사고로 숨진 모스크바 외곽의 현장에서 조사관들이 파편을 수집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30분께 러시아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몰던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한 폭발과 함께 산산이 조각났다. 두기나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팽창주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우크라 침공 감행하게 만들어

두긴은 러시아의 극우 사상가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하도록 한 '정신적 안내자'라는 평을 받는다. 특히 지난 1997년 '지정학의 기초 :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에서 두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재흡수할 것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두긴의 이론이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두긴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15년부터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언론인이자 정치 분석가 다라야 두기나.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두긴의 딸 다리야는 1992년생으로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 아버지의 사상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왔다. 미국은 지난 3월 다리야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두긴과 다리야는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함께 차를 탈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긴이 다른 차에 탑승하며 다리야가 두긴의 차량을 몰았다. 이 때문에 당초 두긴을 노린 테러가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 경찰 당국은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폭탄이 운전석 차량 밑에 설치돼 있었다"며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계획적 범죄"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즉시 자국의 개입을 부인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우크라이나는 차량 폭발 사고와 확실히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범죄 국가나 테러 국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쟁 격화 불가피…러시아 내부 소행에 무게 실리기도

이번 사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격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신들은 두긴의 사망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의 테러일 경우 적진 깊숙한 곳이자 러시아의 핵심 지역에 대한 테러고, 러시아 내부 소행이더라도 이 사건을 빌미로 삼아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90년대 모스크바의 혼란스러운 암살을 연상시키는 친(親)크렘린 엘리트 구성원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전을 이루려는 푸틴 대통령의 노력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며 "두긴의 영향력에 있는 극단주의자들을 포함해 전쟁 옹호자들은 푸틴에게 이 사건의 보복으로 더욱 가혹한 공격을 개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공격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폭발 사건으로 공격 구실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전쟁 과정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내부 소행일 가능성도 대두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은 전쟁에서 새로운 발화점을 만들 태세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번 폭발에 연루되지 않았다며 러시아 내부 분쟁의 결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러스키 미르(Russky Mir ·러시아 세계)의 내부 파괴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러시아 세계가 내부에서 스스로를 먹어 치울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프랑스의 국제 안보 전문가 니콜라 텐제르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공격의 발원지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담 쉬프 미 하원의원도 "러시아 사회 내에는 수많은 파벌과 내부 전쟁이 있으며, 러시아 정부 내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내부 소행으로 나온다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구실로 반대파에 대한 탄압을 보다 노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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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여러 기관이나 외신의 예상 중에는 '내부 쿠데타'도 포함돼 있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월 말 향후 전쟁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장기전 △ 평화협상 성공 △ 러시아 내부 쿠데타 등이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