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싱가포르에 연구개발과 대규모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제조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14억 달러 규모의 CRDMO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시설이 완공되면 우시 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6년까지 12만리터의 바이오제조 용량을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 우시 어드벤스드 테라피(WuXi Advanced Therapies)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생산을 위해 싱가포르 바이오프로세싱 기업기관과 협력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사노피는 아시아에서의 백신 공급을 늘리고 미래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싱가포르 투아스파크에 4억3천400만 달러 규모의 백신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착공했고 오는 2025년 말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시설은 백신 종류와 상관없이 동시에 최대 4개의 백신이 생산 가능한 디지털화된 모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다케다도 1천4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해 싱가포르에 위치한 기존 바이오 공장 인근에 추가 사무실 공간 등을 위한 시설을 짓고 있다.
그동안 싱가포르에는 GSK만 유일하게 백신 공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작년 5월 독일 바이오앤테크(BioNTech)가 현지에 완전 자동화 mRNA 백신 생산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고, 앞서 거론한 사노피도 추가 공장을 설립 중이다.
이렇듯 글로벌 제약사들이 싱가포르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아태지역에 대한 백신·치료제 시장 진출에 용이하다는 점, 현지의 뛰어난 인프라 환경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제조업’으로서의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장기간의 산업발전 계획을 마련하고 인프라 투자 및 다국적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현재 화이자·노바티스·사노피·애브비·암젠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싱가포르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30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아울러 싱가포르 법인세는 17%로 우리나라 보다 8% 낮아 기업에 유리하다. 여기에 싱가포르 정부는 현지 법인 설립시 ▲현지인 채용 인건비 ▲시설 및 장비 관련 비용 ▲회계·법률 등 전문서비스 비용 ▲지적재산권 관련 비용 등을 일정 비율 지원해 주고 있다.
이렇듯 싱가포르에 백신 생산 역량이 늘어나는 것은 글로벌 백신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 않다. 아태지역의 백신·치료제 시장을 두고 더 많은 투자 유치를 위한 정부 간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