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커다란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더군다나 메타버스 내 성범죄의 대상이 성인보다 미성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통에서 벗어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특징도 있다.
지난 2021년 제페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페토 이용자 80%가 10대였다. 이는 메타버스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면 그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학계 "메타버스 성범죄 피해는 실제와 같은 수준"
세명대학교 송혜진 교수와 전주대학교 남완우 교수 등 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내 범죄발생 유형과 확장성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메타버스 내 성범죄가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지만 경험은 실제적이어서 정신적 피해가 실제와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논문을 통해 "메타버스의 경우 이용 연령대가 다양하고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 젠더폭력이나 딥페이크를 도구화해 진화하고 있는 특징도 나타났다. 메타버스 내 범죄발생 경우 성범죄 처벌 등 법적대응은 원칙상 가능하지만, 아날로그 공간을 기반으로 한 현행법의 한계, 국내법을 벗어난 초국적 공간이라는 문제가 있으며, 아바타간 성폭력이나 법인격이 부여되지 않는 AI 아바타에 대한 성희롱 등 경계가 모호한 사례들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은 진화하고 성범죄가 현실에서 가상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여기에 현행법률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인 셈이다.
대구지방검찰청이 발표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 논문에서도 이와 공통된 의견이 타나난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메타버스 내 성범죄는 청소년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등을 통해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동·청소년 형태의 아바타 성행위를 실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공연히 전시하는 행위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는 점과 아바타를 통한 행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행법 상 메타버스 내 성범죄는 실제 사람이 겪은 추행과 동일시 어려워
메타버스 내 성범죄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현행법상 메타버스 내 아바타 사이의 추행을 실제 사람이 겪은 추행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 내 아바타끼리 유사성행위를 하거나 성추행을 하는 장면을 녹화하더라도 성착취물로 인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바타는 메타버스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에서 이용자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행법은 이런 이용자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실제 인물과 이용자의 아바타가 동일 인격체라는 것을 규정하는 법안이 없다는 것은 법안과 현실의 괴리를 드러낸다.
법률사무소 법과치유의 오지원 변호사는 "메타버스 내 아바타의 성범죄 처벌에 적용 가능한 법조항 요건이 실제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고 아동과 청소년 대상의 메타버스 내 성범죄의 경우에는 아바타로 가려진 상태이기에 아바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가능해야 처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메타버스 내 성범죄 처벌 기준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통신매체 이용음란 역시 현행법 그대로는 메타버스 내 성범죄에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오지원 변호사는 "아동성착취물은 아동, 청소년 또는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법안 제4호 각목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내 아바타의 실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이는 적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한 통신매체 이용음란 역시 해당 법안에 명시된 '음란'의 개념이 굉장히 엄격하기에 현행법상 메타버스 내 성범죄에 적용이 어렵다.
결국 메타버스 내 성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별도 규정과 대응책이 필요한 살황이다.
오 변호사는 "가령 아바타에 외설스러운 자세를 요구하거나 성매매를 유인하는 등 대화가 포착되면 자동으로 계정을 차단하면서 이용자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고가 접수되면 범죄를 저지른 아바타에 주의 문구를 부착하거나 재범하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길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각종 교육, 홍보활동, 그리고 법 집행자들과 정부, 사업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메타버스 내에서 성범죄를 당하는 피해자가 나오더라도 현행법만으로는 법적 대응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아직까지 메타버스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과 행위 당사자가 수치심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한계도 존재한다.
제도 개선과 인식 개선 작업이 필수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민 중이다. 다만 메타버스 업계는 공통적으로 플랫폼 내 범죄행위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메타버스 내 성범죄가 메타버스의 잠재적 이용층인 미성년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산업 관계자도 인지하고 있다"라면서도 "VR 기기의 동작인식 센서를 이용해 이용자가 특정 움직임을 하는 것을 일일이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잠재적 가해자가 피해자와 함께 디스코드 등 메신저 앱으로 소통하기 시작하면 메타버스 플랫폼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사라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은 "이미 메타버스 내 성범죄 사례가 생기고 있다는 것은 기존 제도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흐름이 생겨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관련 법안을 만들거나 기존 성범죄 관련 법안의 적용 범위를 디지털, 메타버스 대상으로도 확대해서 이용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익명성을 무기로 메타버스 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는 과거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제도적 개선에 이어 이용자 인식 개선 작업도 이어져야 실효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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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메타버스 내 성범죄 왜 처벌하기 어렵나
(下) "아바타도 성범죄 대상"...법적 해석 확대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