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부닥친 '만5세 입학' 뒤늦게 공론화…사실상 출구전략?

인터넷입력 :2022/08/03 16:26

온라인이슈팀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지 나흘 만에 국민 여론을 전제로 정책 철회 가능성을 시사, 사실상 출구전략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44곳이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구성,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결해 집회를 여는 등 반대 움직임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안상훈 사회수석이 2일 브리핑을 통해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부모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만약에 정말로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박 부총리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3일 오전에도 각각 전국 시·도교육감과 유치원 학부모들을 만나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8.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박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라면서 "앞으로 교육감님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추진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재확인했다.

교육부는 당초 이달 안에 꾸리기로 했던 학제개편 태스크포스(TF)를 이르면 5일까지 꾸리고, 이르면 9월께 설문조사를 실시해 사회적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교육부가 사회적 논의의 공을 넘긴 국가교육위원회는 위원 구성을 마치지 못해 여전히 출범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일각에선 교육부가 출구전략에 나선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공론화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폐기 가능성 언급은) 원론적 입장"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장 차관도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올 텐데 그 결과에 대해 오픈된 생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만에 하나 '하지 말자'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게 국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뒤늦게 여론수렴에 나서는 가운데서도 학제개편안 철회 촉구는 계속되고 있다.

범국민연대에서 지난 30일부터 진행중인 '만 5세 초등입학 반대 서명'에는 이날 오후 2시10분 기준 20만1229명이 참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13만10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9%가 이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 발달단계에 맞지 않아 연령이 낮은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68.3%) △영·유아 교육시스템의 축소·붕괴 가능성이 있으며(53.3%) △조기교육 열풍으로 사교육비가 폭증할 우려(52.7%)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강 의원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며 "대통령은 이에 대한 결단하고 하루 빨리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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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노옥희 울산교육감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적 여론이 확인된 이상 교육계와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정책은 즉시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