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 '규모의 경제' 심화...국내 업계, 몸집 키우기 안간힘

[이슈진단+] 왓챠 프리IPO 실패에 업계 불안감 가중

방송/통신입력 :2022/08/02 16:35    수정: 2022/08/02 16:47

"콘텐츠 제작비가 2016년에는 회당 9억원 정도였는데 2020년에는 30억원으로, 올해는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과 경쟁하는 데 힘이 부친다." 

지난달 서장원 CJ ENM 부사장은 한 간담회에서 OTT 사이에서 규모의 경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OTT의 경쟁력은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누가 더 많이 획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최근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OTT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며, 콘텐츠 제작비 출혈 경쟁도 심화됐다.

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 속에서 국내 OTT들은 저마다 고전하고 있다. 특히 왓챠는 최근 1천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실패했다. 왓챠는 적자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신사업도 전면 중단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박태훈 왓챠 대표는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며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에 대한 유상증자 요청을 포함해 지분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왓챠의 프리IPO 실패가 남 일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텐츠 강화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인해 국내 주요 OTT들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심화되는 '규모의 경제' 속에서 왓챠, 프리IPO 실패

2011년 '왓챠피디아'라는 이름의 영화 평점 사이트로 닻을 올린 왓챠는 2016년 지금과 같은 OTT 형태로 거듭났다. 국내 주요 OTT 중 대규모 자본 없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곳은 왓챠가 유일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왓챠의 프리IPO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왓챠는 설립 이듬해인 2012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8억원의 시드 유치를 시작으로 벤처캐피탈로부터 본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왔다. 왓챠는 현재 시리즈D 투자 유치까지 완료한 상태로, 지금까지 시리즈 투자를 통해 모은 금액은 약 58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브릿지 라운드 투자를 통해 삼성증권·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490억원 규모의 투자를 또다시 유치하기도 했다.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할 당시 왓챠의 기업 가치는 프리밸류 1천억원 수준이었다.

프리IPO를 앞두고 지난 2월 왓챠는 '왓챠 2.0'이라는 비전도 선보였다. 새로운 구독 모델을 만들어 서비스 영역을 음악과 웹툰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이후 시중금리 인상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 심화는 왓챠의 발목을 잡았다. 

왓챠는 2019년 1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248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OTT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왓챠가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살아남기 위한 OTT들의 몸부림

국내 OTT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OTT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는 HBO와의 협력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는다. 티빙은 파라마운트·KT스튜디오지니 등 굵직한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콘텐츠웨이브는 최근 내부에서 HBO는 물론 HBO의 OTT인 HBO맥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콘텐츠웨이브는 이번 계약으로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 원죄' 등 인기작을 대거 독점으로 유치했다. 특히 '왕좌의 게임' 프리퀄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 등으로 해외시리즈 팬들을 사로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웨이브는 연내 해외 진출을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웨이브가 SK스퀘어가 지분투자한 웨이브 아메리카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웨이브 아메리카는 북미 등에서 한국 콘텐츠를 공급하는 OTT 코코와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웨이브 관계자는 "해외진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가시화된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티빙은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 6월 내부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오픈한 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시즌과 합병한다. 증권가에서는 티빙이 시즌과의 합병으로 KT가 보유한 유료방송 가입자를 잠재 시청자로 끌어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T 가입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휴 모델도 만들 수 있다.

티빙 또한 생존을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티빙은 일본 진출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으며, 연내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양지을 티빙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은 파트너사와 손을 잡는 형태가 될 것이며 세밀하게 준비해 해외에 진출했을 때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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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OTT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몸집이 더 커져야 한다"며 "앞으로 국내 OTT들이 글로벌 진출을 가시화한 만큼 몸집을 더 불리기 위해 다른 기업과의 연합하는 등 논의의 흐름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OTT 시장 자체의 경쟁이 워낙 격화됐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제휴 등 큰 결정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사업자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