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물리 법칙 발견하는 인공지능

미 연구진, AI에 물리 현상 담은 영상 보여주며 상태 변수 찾는 학습시켜

과학입력 :2022/07/27 17:05

E=MC²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공식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에너지(E)와 질량(M), 속도(V)라는 변수로 물리 세계를 설명한다.

어떤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 현상을 설명할 변수를 찾아야 한다. 물리법칙은 여러 상태 변수들 사이의 수학적 관계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적절한 변수를 찾기엔 너무 복잡하다.

인공지능(AI)이 물리적 현상을 설명할 변수를 과학자 대신 자동으로 찾아줄 수 있을까?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이 과제에 도전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실렸다.

■ 인공지능, 진자 움직임 설명할 변수를 예측하다

이들은 인공지능에게 진자의 움직임이나 불꽃 등의 물리 현상 영상을 보여주고, 이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변수들을 찾아보게 했다.

기존에도 현상들에서 법칙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은 있었으나, 학습에 필요한 변수들은 사람이 미리 지정해줘야 했다.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영상만 보고 현상을 설명할 변수들을 찾을 수 있을지 보고자 했다.

연구진이 인공지능에 보여 준 여러 물리 현상들 (자료=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우선 인공지능에 복진자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 이를 설명할 변수가 무엇인지, 변수의 개수는 몇 개인지 찾게 했다. 복진자의 움직임은 두 진자 각각의 각도와 각속도라는 4개의 변수로 설명할 수 있다.

수 시간 동안 영상을 보며 학습한 인공지능은 이 현상에 대한 상태 변수가 4.7개라는 답을 내놨다. 제법 비슷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 어떤 변수 왜 택했는지는 알기 어려워 

이어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찾은 변수가 실제로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결론을 내기 위해 내부에서 거치는 과정은 사람이 알아보기 쉬운 형태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확인한 변수 중 2개는 진자의 각도와 느슨하게나마 연관된 것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나머지 변수로는 무엇을 채택했는지는 알아내지 못 했다. 각속도와 선속도,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 등 다양한 조합들을 생각해 봤지만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찾지 못 했다

인공지능이 처리한 변수들을 이미지로 나타낸 모습 (자료=ㅋ러럼비아대)

연구에 참여한 보유안 첸 듀크대 교수는 "인공지능의 예측이 상당히 정확했던 것으로 보아 인공지능이 찾은 변수들이 적절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이 말하는 수학 언어는 아직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복잡한 데이터 이면 물리 법칙 찾는데 도움 기대"

원운동이나 단진자 등 필요한 상태 변수가 무엇인지 이미 알려진 현상들 몇 가지로 연구를 한데 이어, 연구진은 설명할 변수가 알려지지 않은 현상을 담은 영상들도 인공지능에 보여주었다.

인공지능은 새로 개업한 가게 앞에 있는 춤추는 풍선 인형의 움직임을 설명할 변수는 약 8개, 캠핑장 모닥불의 움직임을 설명할 변수는 약 24개라는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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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하면 앞으로 과학자가 생물이나 우주의 방대한 데이터 이면의 복잡한 물리적 현상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호드 립슨 컬럼비아대 교수는 "사물이 빠르게 혹은 느리게 움직인다다는 것은 누구나 알았지만, 속도와 가속도라는 개념이 명확해지고나서야 F(힘)=M(질량)A(가속도)라는 뉴턴의 제2운동법칙이 나올 수 있었다"라며 "현상을 설명할 변수를 제대로 찾지 못해 현상을 잘못 해석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