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병원 1500여곳, 한국 도움 받아 IT병원으로 탈바꿈"

우즈벡 IT메드 부대표 두르벡 알리에브 "내년말 1차 사업 완료"

인터뷰입력 :2022/07/26 09:35    수정: 2022/07/28 16:40

"2019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우즈벡)을 국빈 방문해 보건복지 분야를 도와주기로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우즈벡 정부가 자국내 병원을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 신기술을 적용한 IT병원으로 탈바꿈 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열악한 자국내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벡을 방문, 이 나라의 보건복지 분야를 도와주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우즈벡서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관인 IT메드(IT MED)의 두르벡 알리에브(Durbek Aliyev) 부대표(Deputy CEO) 일행이 최근 우리나라를 찾았다. 이들은 이 프로젝트 한국 파트너인 AI기업 아크릴, 인하대병원 등을 둘러보며 공동 기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에서 2박 3일 바쁜 일정을 보낸 두르벡 일행은 23일 오후 출국했다. 출국에 앞서 두르벡 IT메드 부대표를 만나 우즈벡의 병원 정보화 현황 등을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는 두르벡 부대표 외에 마흐무두 토흐티예브(Mahmud Tohtiev) IT메드 비즈니스분석 총괄(Head)이 배석했다. 두 사람 모두 친한(親韓)파다. 두르벡 부대표는 우리나라 정부 초청으로 5년간(1년 어학+4년 전공) 경희대에서 국제경영학을 공부했고, 마흐무드 총괄은 KDI가 운영하는 개발도상국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두르벡 부대표의 경우 한진그룹 등 한국기업에서 5년간 근무했고, 자녀 네 명 중 두 명이 한국에서 태어났다. 이날 인터뷰도 한국말로 이뤄졌다. 

우즈벡은 내년말까지 아크릴 등이 공급하는 AI기반 병원시스템 도입을 마칠 예정이다. 이후 5~10년간 순차적으로 우즈벡 병원 5000여곳을 IT기반 정보화 병원으로 탈바꿈 시킬 예정이다. 아래는 두르벡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우즈벡은 GDP가 742억달러(세계 70위)고 1인당GDP는 2100달러, 면적은 4489만헥타르(세계 56위), 인구는 3438만명(세계 43위)이다.

-우즈벡이 병원정보화를 추진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9년 4월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벡을 국빈 방문해 우즈벡의 의료 현대화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한국정부에서 ODA로 90억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병원 정보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됐다. 앞서 2018년 미르지요예프 우즈벡 대통령은 디지털경제 발전을 국정운영의 주요 과제로 삼겠다고 천명했고, 보건의료체계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

-우즈벡의 병원정보화를 주도하고 있는 IT메드(IT-MED)는 어떤 곳인가?

"작년 2월 설립했다.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거버먼트 컴퍼니(회사)다. 한국으로 말하면 복지부 직할 회사다. 공공기관과 회사 성격이 섞여 있다. 전체 직원은 80명이다. 보건부 산하로 우즈벡에 있는 병원들이 필요로 하는 IT 하드웨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1년간 20개 프로젝트를 했다. 우리가 말하는 프로젝트는 우즈벡 보건부 요청으로 우즈벡에 있는 병원에 IT시스템을 공급하는 걸 말한다."

우즈벡의 병원정보화를 이끌고 있는 두르벡 알리에브 IT메드 부대표(왼쪽)와 마흐무두 토흐티예브 총괄.

-우즈벡의 병원 현황은 어떤가?

"우즈벡 전역에 약 5500개 병원이 있다. 이중 보건소 같이 작은 규모는 4000개 정도다. 의사는 약 15만명 정도 된다. 의사를 배출하는 의대가 15개 정도 있다. 제일 큰 곳은 타쉬켄트메디컬아카데미다. 우즈벡은 보건의료자원이 지역적으로 불균형하다. 건강보험제도 도입을 통한 의료 질 향상과 의료체계 효율화가 숙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ICT에 기반한 e헬스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2018년 보건부 산하에 국가보건혁신위원회(National Chamber of Innovative Health)를 설립했다."

-한국 AI기업 아크릴 등 과는 어떤 협력을 하나

"아크릴 외 몇 개 기업과 인하대병원이 우리 프로젝트 파트너다. 아크릴의 경우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개발해 공급한다. 프로젝트 기간은 2023년 12월까지 32개월이다. 타키스탄시티 클리니컬 하스피털 넘버4(Tashkent City Clinical Hospital No4) 병원 등에 병원정보시스템(HIS, Hospital Information system)과 개인건강정보관리 시스템(Patient-centered Personal Health Record, PcPHR), 디지털 협진 시스템(Digital Consultation system, DCS) 등을 공급, 구축한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우즈벡 정부 산하 대학(국제경제와외교대학교)에 다니다 한국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경희대에서 국제경영학을 5년간 공부했다. 5년중 1년은 한국어학당에서 어학을 배웠다. 우즈벡에서 국제법을 전공했지만 한국에서는 국제법에 한자가 너무 많아 국제법 대신 국제경영을 전공했다. 경희대 졸업 후 몇 개 한국 회사에 다녔다. 마지막 회사가 한진그룹이다. 2015년 한진그룹 직원으로 우즈벡에 파견나가 2년간 근무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우즈벡에서 개인 일을 하다 IT-MED를 맡아 달라는 정부 요청에 응해 부대표로 일하고 있다. 정부 장학생이었기 때문에 우즈벡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이번 방한 목적은?

"작년에 우리가 한국정부에서 ODA 프로젝트로 90억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아크릴 및 인하대 병원과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내년말 이 프로젝트가 끝난다. 이 후 우즈벡 병원 전체에 점차 공급, 확산할 계획이다. 한국 병원과 우즈벡 병원은 운영 및 프로세스가 다르다. 우즈벡에 맞춰 통합 작업을 해야 한다. 시스템은 그 특성상 여러 에러가 있다. 이를 계속 수정해 가야 한다. 이번에 아크릴 등과 기술 세미나를 하기 위해 왔다. 내년에 시스템 설치가 끝나면 이후 5년~10년에 걸쳐 우즈벡 병원 전역에 이런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방한 기간 중 느낀 점은

"한국에서 7년간 살아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우수한 걸 잘 알고 있다. 이전 한국에 있을때는 서비스를 받기만 해 제대로 몰랐는데, 이번에 병원의 전체 프로세스를 보니 매우 복잡하더라. 우즈벡이 병원정보화를 추진하는 게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즈벡 사회를 위해 잘 하고 싶다. 나중에 우리 후손들이 고마워하지 않겠나. 우즈벡 병원은 아직 전산화가 더디다. 종이(페이퍼)가 많다. 그러다 보니 환자 관리가 잘 안된다. 정부도 어떤 병원에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 지 파악할 수 없다. 우즈벡에 의사가 15만명 정도되는데 현대 장비를 잘 이용하지 못한다. 이들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이게 제일 힘들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우리나라에서 이 프로젝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즈벡 대통령이 한국을 좋아하고 IT를 많이 강조한다. 경제도 많이 발전시켰다. 한국 파트너인 아크릴과 인하대병원이 ODA 돈만 가져가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교육을 해주는 등 이 프로젝트가 꼭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 마음에 든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우즈벡 인근에도 수출할 수 있는 등 한국 파트너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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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 배석한 현지 의사 아욜로스 쿠틀리무라토브(Ayolos Kutlimuratov)는 우즈벡이 추진하고 있는 병원 정보화 프로젝트가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과 같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인하대병원 등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아크릴은 KAIST 출신 박외진 대표가 2011년 3월 설립한 AI 전문회사다. 기획 등 AI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모든 과정을 플랫폼으로 지원하는 '조나단'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병원을 구현해주는 플랫폼 '나디아'도 선보였다. 2018년 LG전자와 SK(주)에서 전략적 투자를 받았고,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예비 AI유니콘 기업'에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