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두고 좁혀지지 않는 간극

[이슈진단+] 업계는 국회 계류된 법안에 주목

방송/통신입력 :2022/07/25 16:33    수정: 2022/07/26 08:29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계약을 두고 2년 넘게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들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그동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만큼, 앞으로 법적 분쟁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은 2015년 양측이 망 연결을 논의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측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2019년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 중재를 바라는 재정을 신청했다. 

방통위 결정을 기다리던 중 넷플릭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가 요청하는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양측이 망 이용대가 지불방식을 두고 협상할 수 있다며 협상의무부존재 확인 부분을 각하했다. 다만 대가지급의무 부존재 확인은 기각한다며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의 주장은 1심과 2심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상호무정산 합의를 했는지 여부, '빌앤킵(Bill and Keep)' 관계인지 여부, 오픈 커넥트(OCA) 설치 효과 등을 두고 입장이 선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 쟁점1. 양측은 '상호무정산' 합의를 했을까

항소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양측이 상호무정산 합의를 했는지 여부다. 넷플릭스는 2016년 미국 시애틀에서 망을 연결할 당시 비용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암묵적인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2018년 5월 SK브로드밴드는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로 옮겼다. 이 때에도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보낸 메일을 주된 증거로 보고 있다. 2018년 SK브로드밴드가 망 연결지점을 도쿄로 옮기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만약 무정산 합의가 없었다면 망 연결지점을 옮길 때 망 이용대가에 대해 협의하자는 내용이 담겼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시애틀에 위치한 인터넷교환포인트(IXP)인 인터넷교환노드(SIX)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애초에 망 이용대가 지급이 전제되는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도쿄에서의 연결은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 방식으로, 프라이빗 피어링이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SIX에서 연결되는 퍼블릭 피어링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든 콘텐츠 사업자(CP)든 상관없이 누구라도 포트 비용만 내고 연결하면 트래픽을 소통할 수 있다. 다만 전용회선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일단 소비자에게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망 연결지점을 BBIX로 옮겼고, 정산 논의는 협의사항으로 남겨뒀다는 주장이다.

■ 쟁점2. 넷플릭스는 ISP인가 CP인가 '빌앤킵'은 가능한가

넷플릭스는 초반부터 SK브로드밴드와 빌앤킵 관계라고 주장했다. 빌앤킵이란 서로 직접적인 대가를 주고받지 않아도 사실상 정산을 한 것으로 인정하는 관행을 뜻한다. 특히 피어링은 글로벌 사례의 약 99%가 빌앤킵 방식이며, 이와 같은 거래 관행에 따라 SK브로드밴드에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빌앤킵 정산 방식은 ISP 사이에서 트래픽을 소통하면서 교환 트래픽 비율 등을 따져 상호 간에 트래픽 정산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기간통신사 간의 거래 관행이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CP)인 넷플릭스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OC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ISP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OCA를 이용하면 트래픽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측은 "망 내에 OCA를 분산 설치하면 트래픽을 95%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며 "이미 전 세계 142개국 1만4천여개 이상의 ISP가 OCA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지급을 전제로 OCA 설치를 주장한다면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OCA 설치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 측은 "OCA를 여러 장소에 분산 설치해도 최종이용자에 전달되는 가입자 망에 발생하는 트래픽은 전혀 감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에 쏠리는 눈

업계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이용계약 관련 법안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과방위에서는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납무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다룬 법안들에 대해 추가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당시 다뤄진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김상희, 이원욱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 박성중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률안이다. 세부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거나 계약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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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여야 의원들은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공청회를 열고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를 모아 세부 내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업계는 해당 사안에 대해 여야가 큰 이견이 없는 만큼 공청회가 열리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처럼 법안 통과가 끝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과태료 등 처벌을 강화하는 등 빅테크들이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상임위가 공청회를 열 수 있도록 협조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