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27개로 구성된 가장 작은 반도체 나노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나노 클러스터의 내부 구조도 함께 규명함에 따라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광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현택환 나노입자연구단장 연구팀의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켐(Chem)'에 26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현택환 단장은 "원자 몇개로 이뤄진 아주 작은 화합물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합성하고, 내부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규명한 것"이라며 "나노 수준 반도체 물질의 내부 구조에 대한 과학계의 오랜 의문을 해결한 연구"라고 말했다.
반도체 나노입자는 최근 나노과학 분야의 주요 관심사다. 크기와 모양에 따라 광학적 전기적 특성이 달라지는 점 때문에 QLED TV 핵심 소재로 쓰이는 양자점은 대표적 반도체 나노입자다. 나노입자를 활용하려면 원하는 크기와 모양 조성으로 합성해야 하는데, 원자 수준에서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반도체 나노입자는 여러 원자가 뭉쳐 있는 나노클러스터라는 핵을 성장시켜 만들어진다.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기존 나노입자보다 작으면서도 정확한 개수의 원자로 구성되기 때문에 원하는 물성을 구현하기 쉽다. 반도체 나노입자 성장을 이해하고 정밀하게 만들려면 핵 역할을 하는 반도체 나노클러스터 구조의 규명이 필요하다.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각기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쳐 다른 나노입자로 성장한다. 균일한 나노입자를 생산하려면 한 종류의 나노클러스터로만 성장시켜야한다. 수십억 개의 작은 반도체 클러스터들을 균일하게 생성하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특이하게도 0.5-3㎚ 사이에서는 같은 크기로 만들 수 있다. 이 크기의 입자들을 '매직-사이즈 나노클러스터'라 한다.
매직-사이즈 나노클러스터 중 카드뮴-셀레나이드 나노클러스터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왔다. 수십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나노클러스터에 대한 연구도 있었으나 생성하기도 힘들고 구조를 밝히는데 번번히 실패했다. 아주 작은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반응 중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구조 분석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카드뮴 원자 14개와 셀레늄 원자 13개로 이루어진 현재까지 규명된 가장 작은 반도체 클러스터 Cd₁₄Se₁₃을 단일 크기로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우선 기존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를 둘러싼 리간드의 구조를 바꿔 안정성을 높였다. 리간드란 중심 금속 원자에 결합해 화합물을 형성하는 이온 또는 분자를 뜻한다. 단일 자리 리간드에서 삼차 이중 자리 리간드로 대체함에 따라 마치 혼자 있을 때보다 3명이 손을 잡고 있을 때 더 견고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났다.
이어 합성된 단일 클러스터 수십억 개를 규칙적으로 연결해 단결정을 키웠다.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일 자리 리간드로 인한 상호작용으로 조절이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뭉침이 일어났지만, 연구진이 합성한 단일 크기의 반도체 나노클러스터는 무작위 뭉침이 발생하지 않아서 안정적으로 단결정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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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단결정 X레이 회절법을 사용해 성장한 단결정의 구조를 분석했다. 반도체 나노클러스터의 구조에 대해 지금까지 몇가지 예측이 나왔는데, 이번에 합성한 반도체 나노클러스터에 대한 X레이 회절 분석을 통해 셀레늄(Se)을 중심으로 카드뮴 셀레나이드(Cd₁₄Se₁₃)가 감싸고 있는 코어-케이지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했다.
현택환 단장은 "수십 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반도체 나노클러스터의 구조를 밝혔으며, 이런 특이한 구조를 가진 나노클러스터는 앞으로 색다른 특성을 가진 나노입자 제조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