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지갑으론 웹 3.0 대중화 못한다"

[인터뷰] 류춘 헥슬란트 부대표 "신뢰할 수 있는 PG사 역할 톡톡히 할 것"

컴퓨팅입력 :2022/07/24 09:42    수정: 2022/07/25 09:06

'웹 3.0'이 어느새 블록체인 업계만 공감하는 트렌드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 전통 산업의 대형 플레이어도 발을 담그는 모습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웹 3.0이 대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련 서비스를 써보려 해도, '알못' 입장에선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방식의 설명만 난무하다. 어느 정도 가상자산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익숙한 사람도, 사실 참아내는 불편이 많다. 일반적인 웹·앱에 비해 사용 방식이 번거롭고 보안 우려도 상당하다. 익명으로 교류하게 되는 서비스 운영진도 완전히 믿기 어렵다. 실제 사건사고도 빈번한 상황이다. 보편화되기에는 허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웹 3.0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용자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이같은 기술적 문제가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류춘 헥슬란트 부대표의 생각이다. 가상자산 지갑 솔루션 개발 기업으로서 기술적 문제를 전문적으로 풀어내고, 기업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웹 3.0 서비스를 기획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웹 3.0에 대한 전망과 헥슬란트의 사업 계획을 류춘 부대표에게 들어봤다.

류춘 헥슬란트 부대표

■"웹 3.0, 어느덧 당연해진다"

Q. 웹 3.0에 대한 정의가 분분하다. 어떻게 보고 있나.

"웹 3.0의 핵심은 결국 커뮤니티와 의사결정권이다. 현재 유튜브가 제공하는 이용자 수익 체계를, 앞으로는 이용자 커뮤니티가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용 방식은 이미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일례다. 유튜브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이용자들이 구독과 영상 시청을 중단하는 식으로 제재해 생태계가 정화됐다. 커뮤니티 기반 거버넌스가 이뤄진 것이고, 웹 3.0에서는 이런 모습이 당연해질 것이다.

웹3.0에서의 보상은 토큰으로 제공된다. 그래서 지갑이 중요해진다. 투명한 보상 지급 체계가 추적돼야 하니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다. 별도의 계약서나 보증인이 필요없어진다는 점에서 편리한 기술이다. 블록체인이 웹 3.0에 대한 만능 수단은 아니나, 시장이 투명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수단으로는 효과적이다."

Q. 최근 웹 3.0 관련 국내외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실생활과 결합된 서비스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웹 3.0 커뮤니티에서 NFT를 통해 나의 신원과 활동을 증명하고, 증명된 내용을 토대로 연결되는 그림이다.

NFT가 무엇을 뜻하는지 한국말로 따져본다면 '단골'에 가까운 것 같다. 가게나 손님이나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이런 효과를 유도하는 NFT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유명 NFT 프로젝트인 'BAYC'가 햄버거 가게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은 회원가입 시 본인확인 절차를 매번 거치는데, 웹 3.0에서는 NFT로 해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멤버십 NFT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동향으로 확인하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보니 토큰 발행에 대해 조심하는 분위기는 더욱 커졌는데. 일상 속 웹 3.0이 차지하는 부분은 NFT와 DAO, X2E 등이 여럿 등장하면서 앞으로 더욱 커지지 않을까 싶다.

BAYC가 햄버거 가게 마케팅에 활용된 사례

Q. 언급한 모델들은 최근 부침을 겪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금 시장은 사용자보다 투자자가 더 많다. 공포 지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투자자 움직임이 시장 효용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휴대폰 가진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 투자자보다 많지 않나. 사용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

한국에선 NFT 프로젝트 중 가격 상승 가능성을 내세우는 곳들이 아직도 많은데, 해외는 좀 다르다. NFT 가격 얼마나 오를 것 같냐고 물어보면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한다.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보기 보다, 보다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웹 3.0 모델을 재밌어 하는 세대가 MZ세대다. 이유가 있다. 1990년대에는 20대가 다양한 곳에 투자하지 못했다. 주식 투자도 흔치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투자에 대한 접근 발판이 훨씬 낮아졌다. 투자 활동에 대한 관심도도 매우 커졌다. 누구나 토큰 발행하고, 이 토큰으로 NFT를 교환하는 시장이 열리다 보니 이용자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1990년대에 20대였던 세대는 이런 흐름을 몰라서 적극 뛰어들지 않는 게 아니라, 시드 자산을 이미 투자한 상태에서 이 시장을 들여다보게 되니 보수적 관점을 갖게 된다. 지금의 2030 세대는 리셀러 활동이 활발하다. 이 세대가 4050세대가 되면 현 4050세대보다 더 활발히 금융 활동을 할 것이다. 안전자산 투자만을 고수하기보다, 가상자산 등에도 투자금을 배분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Q.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좋지 않고, 가상자산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가 '크립토윈터'를 극복하고 잘 성장할 수 있을까.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존하냐의 문제다. 잘 만든 서비스는 당연히 견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시장은 더 힘들어지고, 규제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투자자가 사용자보다 많은 시장인데 투자자들이 망했다. 유례 없는 긴축 상황에서 엄청 힘들어질 느낌이다. 다만 블록체인 영역은 오픈소스 기반의 개발자 커뮤니티 성격이 짙다. 개발자들이 계속 모이고, 그러면서 재밌는 제품도 나올 거다. 오픈소스라 그런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윈터는 지나가지 않을까. 블록체인 쪽 제품들이 주는 경험은 다른 서비스에선 경험하기 어렵다. 한 번 경험을 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허들 많은 웹 3.0…"인터넷 쇼핑몰이 PG까지 자체 제작해야 하는 꼴"

Q. 웹 3.0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보편화되기 어렵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웹 3.0 보급이 활발해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뭘까.

"보상을 받는 지갑의 사용성이 개선돼야 하고, 고객확인제도(KYC) 지원 여부도 중요하다. 트래블룰이 시행되면서 확인되지 않은 지갑으로는 자산 전송이 안 되게 됐다. 블록체인 업계 관점에선 중앙화 성격이 강해진다는 점에서 역행이긴 한데, 더 재밌으면서 편리한 웹 3.0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 관점에서 현재의 지갑은 너무 어렵고 위험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지갑이 등장하면 시장이 더욱 속도감 있게 성장할 거다.

가령 이더리움이나 클레이튼 지갑을 생성하면 암호화 키를 만들라고 안내된다. 영어로 된 키를 저장해야 하는데, 보통 귀찮아서 이걸 캡쳐한다. 해킹의 단초가 되기 쉽다. 이런 걸 의식하는 사용자들은 또 수기로 적어 종이에 보관한다. 집에 거액의 현금을 그냥 두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폴리곤 등 운영체제 하에서 지갑 주소를 생성하려면 각자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암호화 키도 각각 생긴다. 이걸 어떻게 잘 보관하고 관리하겠나. 탈중앙화라는 업계 취지에 맞춰 독립적 사용성을 보장하되 보안은 위탁할 수 있는 지갑이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제 해결에 집중한 지갑 솔루션들이 출시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Q. 규제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현재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 없이는 시장 진출 자체가 쉽지 않다. 이런 기업들은 가상자산 입출금을 받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웹 3.0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결국 자산 입출금을 담당하는 지갑 관리 영역이랑 서비스 영역이 분리돼야 한다. 쇼핑몰을 창업할 때 어떤 제품을 팔고, 어떤 특색을 보여줄지는 사업자가 직접 결정하지만, 결제는 PG사 서비스를 쓰지 않나. 지금 웹 3.0 시장은 서비스 사업자가 PG사의 영역인 지갑도 만들어 쓴다. 그러다 보니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

지금은 아무리 스테픈이 흥행해도 이걸 통해 곧바로 솔라나를 살 수는 없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규제 범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산업 활성화를 촉진하는 정책 방안도 같이 도입되면 좋겠다. 지금으로선 서비스가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헥슬란트, 웹 3.0 시장 속 신뢰받는 PG 사업자 될 것"

Q. 가상자산 지갑 솔루션 사업자로서 향후 사업 계획은?

"저희는 웹 3.0 시장에서 PG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규제 대응을 잘해 웹 3.0 기업들이 지갑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게 하는 것이 목표다. 코인 가격이 오르면 해커들이 몰리고, 그러면 금융권 수준으로 방어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24시간 대응해야 한다. 그러다 개발자가 나가면 제품 코어가 멈추고, 이런 게 다 리스크다. 서비스 사업자는 어떻게 재밌게 서비스를 만들지, 적절한 보상 체계를 수립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가상자산 지갑 개발의 안전성 확보에 힘을 빼게 된다.

이런 부분을 해결해주는 게 가상자산 지갑 솔루션 '옥텟'이다. 가상자산 지갑을 만드는 데 보통 7~8개월 이상, 개발자 5명 이상이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옥텟을 도입하면 5일 내에 지갑 인프라를 연동해준다. 오입금이나 이중 출금 제한, 내부 권한 관리, 내부자 활동 추적, 화이트리스트 설정 등의 기능이 지원되고 실시간 모니터링도 이뤄진다. 블록체인 부문 ISMS에 명시된 보안 요건들이다.

현재 국내 거래소 절반 이상, VASP 40% 이상이 옥텟을 쓰고 있는데  VASP 70% 이상이 채택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두고 있다. 65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는 41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B2B 제품으로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받았다. 410억원에서 적어도 2천억원 수준까지 키우는 방안에 대해선 명확한 계획이 있다. 

헥슬란트 옥텟

일단 규제 대응에 신경쓸 예정이다. 국내가 가장 어렵다. 해외는 이렇게까지 타이트하지 않다.

지원하는 운영 체계도 현 24개에서 더 늘릴 계획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블록체인을 계속 업데이트하려 한다. 니어, 아발란체 등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 결국 웹 3.0은 사용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개발자에게 편리한 도구로 옥텟을 고도화하려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희를 거쳐  송금되는 암호화폐가 굉장히 많은데, 여기서 일부를 예대 마진 형태로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고려 중이다.

B2C 서비스인 '토큰뱅크'도 있는데, 금융권의 '토스' 같은 앱이다. 토큰뱅크를 통해 안전하게 지갑을 관리하는 앱투앱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 5곳이 공통적으로 상장한 코인이 11개인데, 한 번에 살펴보고 싶은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본다."

토큰뱅크

Q. 가상자산 업계에서 해킹에 의한 자금 탈취 사고가 꾸준하다. 조언하고 싶은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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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옥텟 공급사가 100여개 정도 되는데, 한 곳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소급 적용해 패치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지갑보다 더 안전할 수밖에 없다. 지갑을 만드는 건 쉬울지언정, 매일 관리하기는 어렵다. 출금 시 삼중보안이 적용되는 체계도 구축 중이다.

해커가 보통 이용자 자산이 모이는 집금지갑을 노린다. 예치금을 단일 지갑에 모아놓으면 해킹에 따른 리스크가 엄청나다. 이걸 수많은 지갑으로 분리해 관리하면 지갑 하나가 해킹되더라도 탈취 가능한 자산 총량이 적어진다. 자산의 70~90%는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나아가 멀티시그 프로세스 및 내부자 콜드월렛 접근 체계를 수립, 적용하도록 가이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