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공방, 무정산 합의 두고 공회전

넷플릭스, 메일 증거로 제출…SKB "SIX와 BBIX는 달라" 반박

방송/통신입력 :2022/07/20 14:44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계약을 두고 2년 넘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항소심 4차 변론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양측은 지난 변론기일에 이어 '무정산 합의' 여부를 두고 다시 한 번 논쟁을 벌였다. 

20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부장판사 배용준 정승규 김동완)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항소심 4차 변론기일을 가졌다. 이날 변론은 양측이 처음으로 망을 연결한 2016년에 망 이용대가를 정산하지 않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한 내용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됐다. 

양측은 2015년 9월 망 연결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으며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망을 연결했다. 이어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일본 도쿄로 변경했다. 

넷플릭스는 2016년 망을 연결할 당시 비용 정산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무정산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로 변경할 때에도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주고받은 메일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메일에는 2018년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측에 망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옮기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넷플릭스 측은 "메일에 비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만약 무정산 합의가 없었다면 망 연결지점을 옮길 당시 망 이용대가에 대해 협의하자는 내용이 담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측은 "시애틀에서 연결하던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의 제안만으로 간단하게 연결지점을 변경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연결지점만 변경됐을 뿐 트래픽을 직접 교환하는 피어링 방식에는 어떠한 변동도 없었고, 이에 무정산 연결 합의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시애틀에서의 연결과 도쿄에서의 연결은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2016년 넷플릭스가 시애틀에 위치한 인터넷교환포인트(IXP)인 인터넷교환노드(SIX)를 통해 일방적으로 트래픽을 소통시켰으며, SK브로드밴드는 이를 사후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SIX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애초에 망 이용대가 지급이 전제되는 게 아니다. 다만 도쿄에서의 연결은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 방식으로 '프라이빗 피어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IX는 트래픽을 '오픈 방식'으로 교환하는 곳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든 콘텐츠 사업자(CP)든 상관없이 누구라도 포트 비용만 내고 연결하면 트래픽을 소통할 수 있다. 다만 전용회선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 측은 "2016년 2월 이후 SIX를 통한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했기 때문에 그제서야 넷플릭스 트래픽이 소통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소비자에게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용회선으로 품질을 보장하는 BBIX로 연결 지점을 옮겼고, 망 이용대가 정산 논의는 협의사항으로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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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SK브로드밴드는 프라이빗 피어링에 대한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에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를 설치하지 않고 일본 BBIX에서 전용망 직접 연결 방식을 택했다는 사실은 망 이용대가에 대한 양사간 협상이 유보된 사실을 보여주는 분명한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5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