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피는 언제 따뜻해졌는가? 귀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유럽 연구진, 동물 귀 모양 분석해 항온동물 등장 시기 밝혀

과학입력 :2022/07/21 00:00    수정: 2022/07/21 11:09

포유류나 조류는 언제나 체온이 일정한 항온동물이다. 항온동물은 신진대사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만,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추운 기후에서도 살아남고 지구 어디로나 이주해 서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류나 파충류 같은 변온동물에서 항온동물이 진화해 나온 시기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예전에 살던 동물 화석의 체온을 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멸종한 포유류의 초기 친척 포유형류 상상도 (사진=Luzia Soares)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 포르투갈 공동 연구진이 포유류가 진화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활발히 신진대사를 하는 항온동물이 됐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했다. 바로 화석에 남은 귀의 모양이다.

이 연구는 20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모든 척추동물은 귀 속에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반고리관이란 기관이 있다. 반고리관 안에는 액체가 들어 있는데, 이 액체의 점도는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동물의 귀는 이 액체가 적절히 흐를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해 왔다.

냉혈동물의 귀 속 액체는 보다 차갑고 끈적하기 때문에 주변 공간이 넓어야 제대로 흐를 수 있다. 반면 온혈동물의 귀 속 액체는 묽어서 반고리관이 작아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는 귀의 구조를 보고 체온을 유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변온동물에서 항온동물로 진화할 때 이같은 귀 속 구조의 변화가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현존 및 멸종 동물 341종의 반고리관 구조를 비교했다. 그 결과, 2억 3천 300만년 전까지도 온혈동물에 맞는 반고리관 구조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기존 과학계가 온혈동물이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시기보다 2천만 년 이상 늦다.

비슷한 크기의 항온동물(왼쪽)과 변온동물의 귀 내부 구조 비교 (자료=Romain David and Ricardo Araújo)

또 화석에 남은 여러 동물의 반고리관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일단 항온동물로 진화가 시작된 후엔 그 과정이 약 100만년이 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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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초기 포유류가 수염이나 털을 진화시킬 때와 비슷한 시기이기도 하다. 따뜻한 혈액이나 털은 모두 활발한 신진대사에 의해 몸에서 발생한 열을 붙잡아두어 온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유동물이 새로운 방식으로 신진대사를 하게 되면서 포유류의 주요 특징들이 거의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켄 앤지엘치크 학예사는 "포유동물의 항온 특성의 기원은 고생물학의 오랜 수수께기 중 하나"라며 "이 연구의 방법론은 다수의 현생 동물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는 점에서, 또 항온 특성이 포유류의 다른 특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나왔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