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망이용대가 공방…핵심 쟁점은 '무정산 합의'

20일 4차 변론…망 연결 당시 '비용 요구' 있었는지가 관건

방송/통신입력 :2022/07/20 08:36    수정: 2022/07/20 09:44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계약 여부를 두고 2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항소심 4차 변론에서는 망 연결에 대해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점에 두고 논쟁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부장판사 배용준 정승규 김동완)는 20일 오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4차 변론기일을 갖는다. 

앞서 지난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2016년 망을 처음으로 연결할 당시 비용 정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지속적으로 비용 정산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2020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이 망 이용대가 지불 방식을 협상할 수 있다며 협상의무부존재 확인 부분을 각하했다.

다만 대가지급의무 부존재 확인은 기각한다며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 넷플릭스 "망 연결 당시 대가 언급 없었다"

이날 넷플릭스는 2016년 망 연결 당시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묵시적으로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양측은 2015년 9월부터 망 연결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으며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망을 처음으로 연결했다. 이어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일본 도쿄로 변경했다.

지난 변론에서도 넷플릭스 측은 "2018년 5월 망 연결지점을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로 변경했는데 이 때에도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2018년 10월이 되어서야 갑자기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해외에서 콘텐츠 사업자(CP)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무정산 피어링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지적한다. 피어링이란 협약을 맺은 두 당사자간에 트래픽을 전송하는 직접접속 방식을 뜻한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피어링DB'에 게시한 내용을 보면 자신들의 피어링 조건과 관련해 서면 계약 체결을 요구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도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했다는 주장이다. 

■ SKB "넷플릭스가 일방적으로 트래픽 소통…사후에 알았다"

SK브로드밴드는 2015년부터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달라고 주장했으며 미국과 일본 연결은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시애틀에 위치한 인터넷교환포인트(IXP)인 인터넷교환노드(SIX) 통해 일방적으로 트래픽을 소통시켰으며 SK브로드밴드는 이를 사후에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SIX는 트래픽을 '오픈 방식'으로 교환하는 곳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든 CP든 상관없이 누구라도 포트 비용만 내고 연결하면 트래픽을 소통할 수 있다. 다만 전용회선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증가해 더이상 SIX에서 감당할 수 없었으며 이용자 편의를 위해 연결지점을 미국보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으로 변경했다고 말한다. 다만 일본에서의 연결은 SIX가 아닌 '프라이빗 피어링'인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일단 급하게 연결을 진행하고 망 이용대가 정산 논의는 협의사항으로 남겨뒀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는 SIX에서의 연동이 무상이었기 때문에 도쿄에서의 연결도 당연히 무상이라고 주장하나 SIX와 BBIX 연동방식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SIX에서 BBIX로 옮길 당시 양사 간 트래픽만 소통하는 전용회선으로 프라이빗 피어링을 시작했기 때문에 유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번 양보해 SK브로드밴드가 무상에 합의했다면 2015년 넷플릭스가 제안했던 방식으로 제휴 대가를 받으며 국내에 연동했을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제휴에 따른 이익을 포기하고 국제회선 임차비용과 BBIX 연동비용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연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SKB와 넷플릭스, '빌앤킵' 관계인가

이날 진행되는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다시 한 번 '빌앤킵(Bill and Keep)'을 주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빌앤킵은 서로 직접적인 대가를 주고받지 않아도 사실상 정산을 한 것으로 인정하는 관행을 뜻한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빌앤킵 관계라고 주장해왔다.

SK브로드밴드는 빌앤킵 관계는 ISP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관행이기 때문에 CP인 넷플릭스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지난 재판에서는 넷플릭스의 지위가 CP인지 ISP인지가 중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변론기일 당시 재판부는 넷플릭스에 "지위가 CP인지 ISP인지 분명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OCA'를 가지고 있어 ISP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지 넷플릭스 자체가 ISP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OCA는 넷플릭스가 개발한 CDN 기반 캐시서버다. 

관련기사

넷플릭스는 OCA를 이용하면 트래픽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측은 "망 내에 OCA를 분산 설치하면 트래픽을 95%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며 "이미 전 세계 142개국 1만4천여개 이상의 ISP가 OCA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지급을 전제로 OCA 설치를 주장한다면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OCA 설치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 측은 "OCA를 여러 장소에 분산 설치해도 최종이용자에 전달되는 가입자 망에 발생하는 트래픽은 전혀 감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