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구현 웹 3.0, 호환 인프라가 핵심"

블록체인밋업 컨퍼런스…"연결 기술 고도화돼야 중앙화·보안·사용성 문제 해결"

컴퓨팅입력 :2022/07/19 14:24

"이용자가 실생활에서 이용하게 될 웹 3.0 서비스들은 여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블록체인 100개를 쓰면 지갑 100개를 관리해야 한다. 이용자 경험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이원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

탈중앙화된 운영 방식과 참여에 따른 보상 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웹 3.0' 안착에 필요한 핵심 요소로 다양한 블록체인이 호환되는 인프라가 꼽혔다.

여러 웹 3.0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현재는 중개자 없이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통신이 어렵고, 중개자를 동반한 멀티체인 이용은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지향성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부분을 해소해줄 수 있는 기술 인프라가 활발히 보급돼야 웹 3.0 산업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열린 '2022 블록체인 밋업 컨퍼런스'에서는 이런 내용의 웹 3.0에 대한 동향과 전망이 소개됐다.

■"메인넷 종속·브릿지 보안 문제 풀 '인터체인', 탈중앙화 웹 핵심 기술"

이날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은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웹 3.0과 함께 부상하는 주요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멀티체인 관련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불가토큰(NFT)의 경우 특정 체인에 종속되는 특성 탓에 여러 프로젝트가 어떤 메인넷을 선택할지 고심하고, 프로젝트 출시 이후에도 메인넷을 변경하는 사례가 속출 중이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Defi)는 체인 브릿지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서로 다른 체인을 연결해주는 브릿지 관련 보안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이다. 중앙화된 수단인 브릿지를 거쳐 자산이 이동함에 따라, 브릿지가 해킹의 단초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솔라나 체인 브릿지 서비스 '웜홀', 엑시 인피니티 브릿지 '로닌' 등이 해킹 피해를 입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사실상 중앙화된 거버넌스로 비판받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전체 NFT 중 80%가 9%의 지갑이 소유하고 있고, 비트코인 95%를 전체 지갑 중 2%가 소유하고 있다는 분석 등을 언급했다. 

김종협 대표는 "폴리곤이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잠수함 패치'로 논란에 오르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테라 사태 대응 방식, 클레이튼의 불투명한 장애 대응 과정 등을 계기로 거버넌스 문제가 제기됐다"며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거버넌스이고, 최대한 많은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중개자 없이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해주는 '인터체인' 기술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란 게 김 대표 전망이다.

김 대표는 "관련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특정 메인넷을 채택하지 않고, 자체 메인넷을 구축한 뒤 탈중앙화성만 빌려쓰는 다양한 확장된 체인, 사이드체인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웹3 기술 표준 속속 등장…지갑 하나만 써도 되는 세상 와야"

이날 컨퍼런스에서 이원석 ETRI 박사는 웹 2.0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의 정보 독점으로 인한 플랫폼 종속, 개인정보 대량 유출, 데이터 수익 모델의 기업 독점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웹 3.0는 이런 문제들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 박사는 웹 3.0 활성화에 필요한 기술 표준화 동향을 소개했다. ETRI는 웹 기술 표준 규격을 제정하는 단체 W3C 대한민국 사무국을 운영하고, 표준화 작업에 협업하고 있다.

탈중앙화된 신원증명 체제를 지원하는 분산ID(DID)의 경우 초기 작업을 2015년부터 시작, 최종 표준안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이원석 박사는 "오늘 중 W3C가 DID 최종 표준안을 등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DID 표준안이 나오는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보급 지원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고, 산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석 ETRI 박사

베리파이어블 크리덴셜(VC)는 DID가 도입된 체계에서 각종 증명서를 디지털화하는 기술 표준으로, 현재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오픈 API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박사는 "VC 프레임 워킹그룹에서 최종 표준으로 'VC 데이터 모델'을 만들었고, 현재도 사용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사용자가 데이터를 주체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기술 표준 마련을 준비 중인 '솔리드 커뮤니티 그룹' 활동 현황도 소개했다. 이는 월드와이드웹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가 주도하는 탈중앙화 웹 프로젝트다. 해당 그룹은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포맷과 인증 방식, 인터페이스 등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박사는 "가령 사용자가 특정 앱을 사용하더라도, 이용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 저장소에 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인프라가 구현되면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사용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사용자에게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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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3.0으로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술 표준으로는 '유니버셜 월렛'을 꼽았다. 이 박사는 "현재 플랫폼 별로 월렛이 있는데, 이를 개선해 하나의 지갑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유니버셜 월렛 표준이 중요할 것"이라며 "W3C에서 초안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맥락에서 멀티체인, 크로스체인 연동에 대한 표준도 필요해질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