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휴대폰부터 확인하는 세상, 음식 배달부터 업무, 부동산까지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IT 기업들은 메타버스, 콘텐츠, 공유 플랫폼 등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출시하는 중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사람과 기술을 잇는다'는 의미인 '잇고'(ITgo)를 통해 기자가 직접 가서(go) 체험해본 IT 서비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불투명한 가격, M 사이즈로 단일화된 안경 사이즈. 소비자들이 안경점에 마음 편히 드나들기를 주저하게 만든 이 불편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안경 브랜드 ALO를 운영하던 박형진 대표와 삼성증권, IBK투자증권에서 인수·합병(M&A) 뱅커로 일하던 성우석 대표는 2017년 힘을 합쳐 안경 브랜드 ‘브리즘(Breezm)’을 창업했다.
2만 명 이상 누적된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추천 기술과 3D 스캐너를 활용한 안면 분석, 3D 프린팅을 통한 맞춤형 안경 제작 등 IT기술은 브리즘의 핵심 역량이다. 브리즘은 현재 여의도, 서울시청, 역삼, 삼성, 판교, 잠실롯데월드 6개 오프라인 지점을 보유, 누적 72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기자는 지난 12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브리즘 서울시청점을 방문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맞춰봤다. 브리즘에서 안경을 맞추는 과정은 기존 안경점에서와는 사뭇 달랐다. 시력을 검사하고 진열돼있는 안경 중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는 기존 과정과는 달리, 브리즘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기자는 우선 3D 스캐너를 통해 안면을 분석했다.
이어, 방금 분석한 기자의 안면 데이터와 가장 잘 맞는 안경을 브리즘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받아 가상 착용도 해봤다. 기자는 스마트 패드 카메라를 통해 검정, 빨강, 분홍 등 다양한 색상의 안경을 써볼 수 있었고, 가장 어울리는 색상과 사이즈, 안경 형태 등을 고를 수 있었다. 이후 검안실에서는 시력, 안구 검사 등이 진행됐다.
가상 착용에 이어 실제 매장에서 보유한 여러 디자인의 안경을 써본 기자는 결국 티타늄 소재 사각형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골랐다. 레이저커팅으로 제작되기까지 약 2주 정도 걸리기에 곧바로 안경을 수령하지는 못했으나, 한 번 맞추고 나면 오래 사용하는 안경의 특징상, 귀의 각도, 어울리는 형태 등이 반영된 개인 맞춤형 안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깝지 않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얼굴이 확연히 작거나 크고, 고려해야 하는 특징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더욱 유용한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됐다.
이어 기자는 브리즘의 박형진, 성우석 대표에게 창업 뒷이야기도 들어봤다.
■ 다음은 박형진 성우석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콥틱 ‘브리즘’을 소개하자면.
박형진 대표 : 브리즘은 고객 얼굴과 라이프 스타일에 가장 잘 맞춰진 개인형 아이웨어 브랜드다. 사람의 얼굴은 전부 제각각이고, 균형이 안 맞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국은 인종이 다양해 얼굴이 제각각인데, 안경은 대부분 하나의 모양으로 정해져 있다.
사람은 정보의 85%를 시각으로 받아들이는데 안경이 불편하면 정보가 잘 전달이 안 되고, 얼굴이 예민한 부위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안경의 본질을 가장 본질적으로 구현하는 회사라고 자부한다. 특히 첨단 기술을 활용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개인 맞춤이 가능해진 시대적 배경도 회사에 크게 작용했다.
Q. 두 대표의 본인 소개와 창업 계기는.
성우석 대표 : 브리즘에서 생산, 개발, 재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래는 회계 법인 회계사로 시작해 M&A 뱅커로 꽤 오래 일했다. 창업에 도전하며 3D 프린팅 생산 라인을 먼저 설립했다. 매출도 없고, 아무것도 없던 시절인데 3억원 짜리 3D 프린터 장비를 우선 사버렸다. 이후 3D 프린팅 완제품 개발 작업을 하다, 사업 아이템으로 안경을 해봐야지 생각할 때쯤 박 대표를 만나 브리즘을 만들었다. 통계학과를 졸업해 AI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기도 했다.
박 대표 : 원래는 P&G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월트디즈니에서 디즈니랜드 서울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다 갑자기 디즈니랜드가 (서울에) 안 들어오게 됐고,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에서 봤던 안경점이 생각이 났다. 안경 소비자로서 안경이 너무 불편하고, 안경을 사는 과정도 짜증이 났는데, 그 안경점은 그렇지 않아 한국 지점을 운영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여의치 않아 그냥 스스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게 안경 브랜드 알로(ALO)였다. 2012년까지 운영하며 매장 15개까지 키우고 회사를 떠났다.
Q. 브리즘은 공급자 중심의 전통 안경 시장을 혁신한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박 대표 : 중학생 때부터 안경을 썼지만, 안경은 늘 불편했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맞출 때는 늘 불안하다. 얼굴이 조금 큰 편인데, 관자놀이에 자국이 찍히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 소비자로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ALO를 창업할 때만 해도, IT기술이 상용화되기 이전이었다. 그래서 ALO는 안경 구매 경험을 즐겁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안경 시장은 제품 재고의 문제가 컸다. 보통 1년 전부터 기획하는데, 수요를 잘못 예측하면 재고가 쌓인다. 주먹구구식 제조의 어려움도 컸다. 지금은 몇 년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IT 인프라가 좋아졌다. 제조부터 판매 과정을 모두 IT로 바꿀 수 있다.
Q. 17만8천원으로 안경 가격을 통일한 이유는.
박 대표 : 프리미엄으로 갈 것인지, 대중적인 가격으로 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21만8천원으로 시작했는데, 어정쩡한 가격이었다. 브리즘 주요 고객이 3040 직장인 남성인데, 15만원~20만원 사이 안경 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가격으로 정했다. 현재 브리즘에서 취급하는 소재는 폴리머 라인(17만8천원), 얼마 전 새로 나온 티타늄라인(19만8천원) 두 가지다.
우선 고객을 불안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흥정이야말로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모든 정보가 공개돼있는 세상에서, 돈을 지불하는 노력과 고통을 최소화해야 소비자가 더 소비를 할 것이고, 흥정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하는 것이다.
또한 브리즘은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기존 안경점은 주로 주말 오후 2~4시에 고객이 몰려 한 손님에만 집중할 수 없다. 브리즘은 100% 예약제를 통해 고객 한 사람에게 집중한다. 또 국가 고시 안경사 자격증이 있는 분을 한 매장당 5명 정도 고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늘 객단가 지표가 아닌 재방문률을 가장 주요 지표로 보고 있다. 그래서 늘 객단가를 높이려고 무리하게 영업하지 말고, 고객에게 집중하라고 한다. 불필요한 압력이 없으니, 안경사들도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더욱 느낄 수 있다.
Q. 브리즘만의 독창적인 기술은 무엇인가.
성 대표 : 3D 프린팅 자체는 기계가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 브리즘은 3D 프린팅 이후 후가공 작업도 집중해, 연마, 염색 공정을 자체 개발했다. 우리의 원칙은 최소생산수량(MOQ)을 1개로 잡는 것이다. 보통 MOQ를 300개 정도로 잡는데, 제품 한 개도 생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몇 년에 걸쳐 작업 자동화를 시켜놨다. 최소생산수량이 1이다 보니, 얼굴이 아주 작은 사람이 어린이용을 쓰거나 해야 할 필요 없이 다양한 사이즈를 모두 만들 수 있다.
또한 페이스룰러를 통해 고객의 얼굴 데이터를 분석하고, 우리가 확보한 구매 데이터와 매칭해 디자인과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것도 브리즘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박 대표 : 환경적으로도 유용하다. 선주문·후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버려지는 재고가 전혀 없고, 3D 프린터로 필요한 부분을 따다 쓰는 방식으로 폐기물도 줄어든다. 브리즘의 노하우와 IT기술로 안경 공급단이 전부 혁신된 것이다.
Q. 2017년 창업 이후 매출, 투자 등 성과는.
박 대표 : 서울대기술지주, 카카오벤처스, 일룸, 디캠프 등으로부터 누적 72억원을 투자받았다. 201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은 70억원이다. 누적 고객 수는 이제 곧 2만 명을 돌파한다.
Q. 창업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박 대표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매우 잘해야 한다. ‘이게 내 사업이면 더 열심히 할텐데’라는 말을 하는 사람치고, 정말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을 못 봤다. 이는 태도와 습관의 문제고, 본인의 오너십이 약한 사람인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을 잘하면 나중에 써먹을 수 있다.
사업은 ‘인간이 신의 영역을 도전하는 일 중 가장 신나는 일’이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조물주가 하는 것이다. 2016년, 브리즘은 아예 없지 않았나. 이후 사람을 만나고 자금이 들어오고, 매장을 열고 지금에 이르렀다. 생명체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성 대표 : 창업에서 신나는 일은 5%이고, 힘든 일이 95%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신나는 5%를 위해 나머지는 희생하고 감수할 수 있다면 도전할만하다. 우선 지금의 일을 열심히 할 것을 추천한다. 과거 회계 법인에서 일하며 배웠던 지식을 지금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사소한 서류 작업조차도 전부 써먹게 된다.
Q. 콥틱 설립 5년 차,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박 대표 : 3년간 준비해 최근 출시한 티타늄 모델을 잘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전에는 3D 프린팅 안경 회사였다면, 앞으로는 기존 안경 시장을 바꿔놓을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관련기사
- [최기자의 잇고] 패션 꿈나무 모인 '무신사 스튜디오' 한남점 가보니2022.04.03
- [최기자의 잇고] 문과 출신 기자, '엘리스'서 코딩 배워보니2021.12.31
- [최기자의 잇고] 온스테이지 '네모' 무대서 만난 인디가수 '다린'2021.12.07
- [최기자의 잇고] 경제금융 에듀테이너 리치언니에게 '틱톡' 배워보니2021.11.06
8월 말 크라우드 펀딩으로 미국에 제품을 출시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개인화 수요가 큰 시장이다. 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iOS 앱을 개발 중인데 거의 완성 단계에 와, 10월 미국에서 출시 예정이다. 앱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얼굴 스캔까지 다 되도록 구현이 돼 있다.
성 대표 : 신제품 개발을 더 추진해, 내년에는 또 다른 멋진 안경을 선보이고자 한다. 추가적인 소재를 더 개발하려고 한다. 또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얼굴형 수요에 대한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