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합의해도 후유증 발생하면 보험사가 손해배상금 지급해야

대법 "배상 외 지연금까지 내야"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시간이 흐른 뒤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발생했다면, 이 후유증이 발생한 시점부터 보험사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A 씨가 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후유증 발생 판정 시점이 아니라 사고 시점을 손해배상 기준일로 본 원심을 파기했다.

2010년 6월 길을 가다 차에 치여 쇄골이 부러진 A 씨는 가해 운전자측 보험사로부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1억1천만 원을 배상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간이 흘러 A 씨는 후발적 후유증 증상들이 나타났는데, 폭력적인 행동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이후 2014년 11월 후유장애로 약 50년간 돌봄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A 씨는 다시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자 결국 법원까지 갔고, 법원에서는 사고 이후 예상하지 못한 후발적 후유증이 생겼을 때 언제를 기준으로 손해배상금을 산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손해배상 기준일을 A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2010년 6월이라고 보면서 보험사가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사고가 A 씨의 폭력적인 행동과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후유증 진단을 받은 2014년 11월을 손해배상 기준일로 봤다. 대법원은 "사고 이후 후발적 후유증이 나중에 발생했을 때 이 시점부터 손해배상채권(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사람이 배상을 하여야 하는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이 성립되고 지연손해금(금전 지급 채무자가 지급하기로 한 기일이 지연되었을 때에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손해금) 역시 그때부터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사고 시점이 아닌 후발적 후유증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이에 따른 과잉 손해배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피해자 손해배상액 계산 방식으로는 통상 '호프만식 계산법'이 적용되어 왔다.

호프만식 계산법이란 독일의 경제학자 D. 호프만이 호프만이 금융거래에서 발생한 피해자가 장래에 거둬들일 것이라 예상되는 총수입에서 중간이자를 제외한 것을 배상액으로 하여 총수입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 계산법은 장래 취득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그 시기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발생 즉시 바로 지급하는 경우로 중간이자공제의 계산법으로서 이용된다.

산출방법으로는 피해자의 장래에 걸친 총수입으로부터 본인의 생활비, 소득세 등의 모든 비용을 공제하고, 여기에다 근로가능연수를 곱한 뒤 다시 법정금리로 할인함으로써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이다.

A 씨의 경우 사고발생 기준이 414개월이 넘어 호프만계수가 240을 초과하게 돼 월 이자가 월 배상금을 넘게 된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판례는 호프만계수의 최댓값을 240으로 정했다. 호프만계수가 240을 넘으면 피해자가 받는 일시금에 대한 이자가 원래 받아야 할 월별 정기금보다 더 커지고 과도한 배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 씨도 호프만계수 최대값을 240으로 적용받아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