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세종이 장영실에게 만들게 한 물시계 '자격루'의 핵심 부품이 복원됐다.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이석래)은 자격루의 동력 전달 및 시각 조절 장치인 '주전(籌箭)'의 구조를 밝히고 설계를 복원했다고 14일 밝혔다. 조선왕조실록에 문헌으로만 전해진 주전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 보다 정확한 자격루의 구조를 파악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국보 229호 자격루는 물이 흘러 일정한 양이 되면 내부 장치가 움직여 자동으로 소리를 내 시간을 알려주는 자동 물시계이다.
자격루는 물의 양과 유속을 조절하는 수량 제어 부분과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자동 시보 부분이 결합된 모양새다. 수량 제어 부분에는 물을 공급하는 항아리인 파수호와 파수호에서 나오는 물을 받는 항아리인 수수호가 있다. 자동 시보 부분은 자격루에 설치된 인형을 움직여 북을 쳐 소리를 내는 역할을 한다.
자격루에서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나면, 이를 듣고 경복궁과 종각에서 다시 북을 울려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렸다.
주전은 이 둘 사이에 설치돼 일정한 시각마다 구슬을 방출, 동력을 전달하고 시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자격루의 두뇌인 셈이다.
주전은 수수호 안에 있는 부표와 잣대를 말하는 부전인 주전죽(籌箭竹)과 그 위에 있는 방목(方木), 방목 속 좌우에 설치되는 2종류의 동판(銅板), 동판에서 구슬을 장전하는 구슬방출기구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이 주도한 연구진은 2021년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동판과 구슬방출장치를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주전의 원형을 588년 만에 새롭게 복원했다.
자격루는 절기에 맞춰 11개의 주전을 번갈아 사용했는데, 연구진은 작년 출토된 유물이 주전 중 입춘에 쓰던 '3전'과 춘추 시기에 쓰던 '6전'임을 밝혔다. 3종의 유물 중 하나는 '1전'이라 쓰여 있었으나 다른 2개는 그런 표시가 없어 용도를 알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조선 시대 문헌 '누주통의(漏籌通義)'에 있는 설명과 유물에서 수위를 나타내는 점과 점 사이의 간격, 수위 상승률 등을 비교하고 계산했다. 그 결과, 표시가 없는 두 유물이 3전과 6전임을 확인했다.
또 출토 유물의 제작 시기는 1536년 중종 때라고 추정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번에 복원한 주전 시스템을 적용, 보다 원형에 가까운 자격루를 제작·전시할 계획이다. 자격루는 임진왜란 때 시보 부분이 화재로 소실돼 수량 제어 부분 외 다른 부분은 추정으로 전시물을 복원한 상태다.
현재 자격루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관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 구석기 시대 예술가의 화판을 엿보다2022.04.21
- 국립중앙과학관,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운영2021.11.29
- LG전자, 4개 사업본부 대수술...고객 지향 솔루션 체제로2024.11.21
- "피부 컨설팅 받고 VIP라운지 즐겨요"…체험 가득 '올리브영N 성수' 가보니2024.11.21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과학 유물을 발굴한 성과에 이어, 미제로 남아있던 자격루의 주전시스템을 밝힌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며 향후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자격루의 구슬신호 발생에 대한 핵심 과학원리를 국민들께 보여 줄 전시기법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립중앙과학관 기본연구과제인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籌箭) 전시품 개발' 연구를 통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