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 한국 교실에서 나올 수 있을까?

과학입력 :2022/07/13 20:36

남혁우, 한세희, 정동빈 기자
허준이 교수 (자료=IBS)
허준이 교수 (자료=IBS)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허 교수는 초중고등학교와 학사, 석사 과정을 모두 한국에서 마친 후 세계적으로 성장한 사례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세희 과학전문기자가 돌아본 허준이 교수인생은 한국 교육 성공 사례라고 부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세희 기자와 함께 나눈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때 수학을 그리 잘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못 외었고, 문제집을 풀기 싫어 해답을 베껴 적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혼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수학적 재능은 있었기에 중학교 때 수학경시대회에 나가려 했지만 시작할 나이가 늦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이후 그는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죠.

그리고 시스템을 벗어난 자율적인 학습으로 검정고시 치르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진학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입학 후에도 방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3학년에는 우울증에 걸려 모든 과목에서 낙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대에 석좌교수로 온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만나 변화를 맞게 됩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는 필즈상을 수상한 일본의 세계적 수학자로 해외 석학을 한국에 초빙하는 서울대학교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이죠.

허준이 교수와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만남은 그가 다시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필즈상을 수상하는 '리드 추측'을 해결하는 바탕이 됩니다. 또한 그가 미국 대학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히로나카 교수의 추천서의 역할이 컸죠.

그동안 국내 교육 시스템에서 발굴하지 못하고 외부로 떠돌던 천재를 우연히 국내에 방문한 외국 교수가 발견한 것입니다. 이번 사례가 국내 교육시스템과 다른 예외적인 사례라고 해야할까요?

한세희 기자는 사회에서 학문에 대해 보다 포괄적이고 여유로운 시선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과도하게 경쟁에 집중하다 보니 개인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거나 커서 학문에 반발심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허준이 교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 문제에 끊임없이 파고들 수 있는 수학적 재능을 가졌지만 정해진 시간에 점수를 따는 시험 공부에 약해 국내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죠.

관련기사

이에 한세희 기자는 아들이 자퇴와 휴학을 반복하고, 전과목 낙제한 성적표를 받아와도 기다려준 그의 부모에 대해 존경스럽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좋은 학문적 성과를 내고, 이를 산업에 적용해 높은 성과를 내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례를 통해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는 어린 영재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한 방안에 대해 무거운 고민도 필요할 것입니다.

남혁우, 한세희, 정동빈 기자firstblood@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