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후 첫 '빅스텝'…빚의 역습 시작됐다

[이슈진단+] 한국은행 기준금리 50bp 인상 영향

금융입력 :2022/07/13 12:46    수정: 2022/07/14 08:15

손희연, 곽미령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p(50bp) 올리는 '빅스텝'을 13일 결정했다.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세월호·코로나19 사태에도 50bp 인상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최근 ▲국내 물가상승률 ▲기대인플레이션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정책을 근거로 한국은행의 빅스텝을 점쳐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수준이 됐다.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현재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을 비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임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빚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인 0.75%까지 떨어지는 등 통화 완화책이 지속되면서 가계와 기업 부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대부분 대출 금리와 연동된 코픽스 금리가 발표를 앞두고 있어 빅스텝 파장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가보지 않은 50bp 인상…"근원 인플레 4% 근접"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전원일치로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50bp 올리기로 결정했다. 금통위가 이제까지 0.25%p(25bp)의 두 배인 50bp 올린 것이 유례없는 데다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4·5·7월) 인상한 사례도 없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50bp를 인하한 적은 있지만 인상은 처음이어서 무거운 책임 느끼며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빅스텝 결정에는 물가 상승 수준이 높은 데다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6.0% 상승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3%에서 5%로 오르는데 7개월 걸렸지만 5%에서 6%로 오르는데 한 달이 걸렸다"며 "5%를 웃도는 (품목) 비중이 50%이며 근원 인플레이션도 4%에 근접하는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경기와 관련없이 4%대라는 것은 높은 수준"이라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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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계층·다중 채무·기업 빚 부담 가중 

물가를 잡기 위한 선택이라곤 하지만 문제는 대출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3금융권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과 여러 군데서 대출을 빌린 다중 채무자에게 직격탄을 줄 것으로 예견된다. 보험연구원 노건엽 연구원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저신용자들,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들의 신용도 노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월 다중 채무자 수는 451만여명이며, 총 다중 채무액은 598조여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2020년말 다중채무자 수는 435만9천여명, 다중채무액이 557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중채무자 수는 3.3%, 다중채무액은 6.8% 증가했다. 2020년 5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충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췄다. 

한국은행은 앞서 금리가 25bp 올라갈 때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3조원 증가하고 기업은 2조7천억원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대출 금리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천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장상식 동향분석실장은 "금리 인상으로 수출 초도자금 및 운영자금 등 기업 대출 금리가 상승해 투자 및 제품생산에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사, 감독당국 눈칫 속 수익성 개선 예상

대출을 받은 차주에겐 기준금리 상승이 부담이 되겠지만, 대출 상품을 판매해 온 금융업계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변동 시 평균적으로 대출 금리에는 빠르게 반영되지만 예금 금리에는 반영이 늦어 금리가 오를 때는 예대마진이 커지기 때문에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예대마진을 매월 공시하도록 하는 등 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을 우회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한국금융연구원 측은 "대출자의 금리 부담 상승 또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대출 자산 증가율이 감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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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지급여력(RBC) 비율로 재무구조에 영향이 미칠 것이지만, 내년에 새도운 지급여력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노건엽 보험연구원도 "장기적으로는 자산운용 수익률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가계대출에 따른 신용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