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주걱 같은 식충식물은 어떻게 먹이가 잎에 앉은 걸 알고 잎을 구부려 벌레를 잡아먹을까?
보통 식물은 해충을 쫓아내기 위해 벌레가 싫어하는 화학 성분을 내뿜곤 하는데, 식충식물이 벌레를 잡아먹는 과정 역시 이와 관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의 방어기제가 진화해 벌레를 잡아먹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 솔크연구소와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식충식물의 세포 내 칼슘 분자의 움직임을 추적, 식충식물이 벌레를 잡아먹는 과정을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11일(현지시간) 학술지 'PNAS'에 실렸다.
칼슘은 식물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 세포 내 칼슘 전달 시스템은 해충이 접근할 때 자스몬산 분비를 일으켜 벌레를 쫓아낸다. 자스몬산은 식물이 곤충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화합물 생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또 자스몬산은 전기적 활동에 반응하는 역할도 한다. 이는 끈끈이주걱 등 식충식물이 벌레를 잡는데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연구진은 보통 식물의 방어 활동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들이 식충식물이 벌레를 잡아먹을 때도 일어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 결과 끈끈이주걱이 잎을 구부려 벌레를 잡을 때, 세포 내 칼슘 상태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어 주로 자스몬산에 의해 자극받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됨을 확인했다. 또 죽은 벌레를 잎에 올려놓거나 칼슘 채널을 차단했을 때엔 끈끈이주걱이 잎을 덜 구부렸다.
이는 칼슘이 식충 식물이 벌레를 잡아먹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자스몬산이 벌레의 소화에 관여함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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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벌레가 잎에 닿는 등의 기계적 자극을 인지하고, 해충을 쫓는 물질을 내뿜는 과정과 비슷하다. 끈끈이주걱 같은 식물의 식충 행동이 식물의 방어 기제에서 진화된 것임을 보여준다.
논문 제1저자인 솔크연구소 조안 초리 교수는 "식물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면, 앞으로 식물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분자 전달 구조를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