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비율 설정 못 하는 尹 정부…친원전만 '글로벌스탠더드'?

원전 비율만 30% 이상 명시…EU,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 기조에도 '친원전' 기조만 부각

디지털경제입력 :2022/07/11 18:09    수정: 2022/07/12 08:36

정부는 지난 6일 '새정부에너지정책방향'을 발표하고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에너지믹스 비율에서 원전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 폐기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정책이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수명이 다 한 원전도 안전성 점검을 전제로 계속운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와 석탄화력·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율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기타 에너지원 비율은 올 4분기 발표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성 원전 1호기. (사진=뉴스1)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수요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율을 확정짓는 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석탄과 LNG 역시 2030년 NDC를 설정하면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전 비율 확대는 못 박았으나 축소되는 에너지원에 대한 설명은 부실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를 에너지 정책 청사진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애초 지난 정부 NDC 에너지믹스 구성은 원자력 23.9%, 석탄 21.8%, 액화천연가스(LNG) 19.5%, 신재생 30.2%였다. 산업부 설명대로라면 지난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믹스 비율은 전력수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정부 발표대로 원전 비율이 6.1% 늘어나면 석탄·LNG·신재생에서 비율 조정이 불가피하다. 석탄 발전 비율을 줄인다면 무방하지만 석탄·재생에너지·LNG에서 어떤 에너지원이 감축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기타 에너지원의 비율 조정에 대해선 정해진 것도 없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지난 6일 원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EU와 전세계가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친원전 기조 정책 홍보에 열을 올렸다.

EU는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과 함께 NDC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애초 32%에서 40%까지 확대키로 했다. EU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생략한 채 친원전만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각하는 건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가 내놓은 에너지 정책방향에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명시하지 않고, 원전 확대 기조만 부각하기 위한 행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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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산업부는 주요 국가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대폭 상향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하향하려는 모순된 방향을 잡았다"고 꼬집었다.

장 위원은 이어 "RE100과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OECD 꼴찌인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력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