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길…'왜건의 무덤'에 등장한 G70 슈팅브레이크

G70 슈팅브레이크는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양산한 전략 모델이다. 독일 아펜바흐에 있는 제네시스 유럽권역본부에서 스티어링·서스펜션 등을 손봤다.

현대자동차는 지역 특성에 맞게 제품군을 꾸린다. 때문에 국내 출시 가능성은 적었다. 게다가 한국은 '왜건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제네시스도 지난해 6월 G70 슈팅브레이크 월드프리미어에서 "타지역에서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이지 국내에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혹자는 현지 판매가 저조한 탓에 재고가 쌓였고,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에 출시한 것이라고 흘렸다. 지난해 G70 유럽 판매량은 총 96대였으며, 올 1~4월 판매량도 144대에 그쳤다. 세단과 왜건 판매량을 합한 수치임에도 판매량이 상당히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은 각각 7천429대, 2천3대였다.

트림 라인업은 프리미엄과 스포츠패키지 두 가지로 꾸려진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인 스포츠패키지. 엔진은 2.2 디젤도 선택 가능한 유럽과 달리 2.0 가솔린 터보 한 가지만 제공한다. 최고 출력 252마력/6천200rpm, 최대 토크 36.0kg.m/1천400~4천rpm을 발휘하고, 8단 자동 변속기와 만나 뒷바퀴 또는 네바퀴를 굴린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퍼포먼스 타이어,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스포츠패키지 전용사양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충격은 단호히 걸러내는 한편, 차체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해 굽잇길이나 차선 변경 등 하중 이동이 발생할 때 움직임이 크지 않다. 핸들링도 예리한 편이다.

편안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변경해주면 된다. 팽팽했던 댐퍼가 힘을 풀고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스포츠플러스모드를 택하면 자세제어장치가 꺼진다. 과하게 몰아붙이면 자세를 잃고 경로를 벗어날 수 있다.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패들시프트를 당기면 매뉴얼모드가 활성화 된다. 생각보다 빠른 변속 덕분에 최고 속도까지 금세 도달한다. 고속에서 안정성은 뛰어나며 풍절음 등 각종 소음도 잘 막았다.

외관은 매력적이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분할 테일램프, 듀얼 머플러 등이 세단에서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형상을 자아낸다. 실내는 낯익고 2열 공간은 적당하다. 트렁크 기본 적재 용량은 465리터이며, 4:2:4로 접히는 2열 시트를 모두 활용하면 부피가 큰 짐도 쉽게 싣고 나를 수 있다. 차박은 무리다. 천장도 낮고 1열 시트 뒤부터 트렁크 끝단까지 길이도 짧다.

상품성은 우수하다. 시종일관 침착한 거동, 눈길을 끄는 조형, 넓은 적재 공간 등이 장점이다. 하나 끌리지 않는다. 감성이 결여된 4기통 엔진 회전 질감이 원인이다. 기본적으로 거칠고 회전수를 올린다고 해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 시장을 겨냥했다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이 차의 주 무대가 고급 시장인 점이 문제다. BMW·벤츠·아우디 등 쟁쟁한 경쟁 제조사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세세한 것 하나까지 완성도를 끌어 올려야 한다. 제네시스는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으로 약점으로 보완하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이질적이다. 왜 유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