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극심한 공급부족을 겪어 온 반도체 팹 용량이 올 하반기부터 점차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렀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 감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스마트폰, TV, PC 등의 판매가 줄고, 재고가 쌓이자 제조업체들이 칩 주문을 취소하면서 팹 용량에 여유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년간 100%였던 8인치 팹 가동률이 올 하반기 90~95%로 줄어들고, 일부 소비자용 IT 제품 칩을 생산하는 팹은 9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 12인치 팹 가동률도 9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8인치 팹은 그동안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가장 부족했던 팹이다. 반도체는 숏티지 이전에는 주문 후 받기까지(리드타임) 약 12~15주 정도 걸렸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파운드리 부족으로 주문이 밀리자 반도체의 리드타임은 30주 이상 또는 1년 이상을 기달려 왔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0.1X마이크로미터(μm) 및 55나노미터(nm) 공정에서 생산되는 대형 드라이버 IC와 터치-디스플레이 통합칩(TDDI)를 시작으로 전력반도체(PMIC), CMOS 이미지센서(CIS), 특정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및 시스템온칩(SoC)들이 파운드리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며 "이런 주문 취소 현상은 90/55나노, 40/28나노를 포함한 8인치, 12인치 팹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8인치 노드(0.35~0.11μm 포함)의 가동률이 가장 많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정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드라이버 IC, CIS, PMIC 등이다. 이 중 드라이버 IC는 TV와 PC의 수요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웨이퍼 투입량 하향 조정이 가장 심했다.
트렌드포스는 "8인치 파운드리 업체는 고객의 대량 주문 취소로 인해 팹 가동률이 줄어들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용 칩을 주로 제조하는 팹은 생산능력을 90%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2인치 공정에서도 일부 칩 주문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됐다. 올해 소비 시장 위축으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자 5G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주문량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12인치 팹의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는 5G AP를 제외하고 생산량이 유지될 전망이다. 첨단 공정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형반도체(ASIC),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AI 가속기 등 고성능 칩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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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6나노·7나노 공정 생산 가동률은 100%에서 95~99%로 소폭 하락됐고, 4나노·5나노 공정 생산은 풀가동에 가깝게 유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트렌드포스는 "2023년까지 거의 2년 반 동안의 칩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 왔으나, 최근 소비자용 IT 제품 수요가 줄자 파운드리 웨이퍼 가동률이 완화되고 있다"라며 "그동안 칩 확보에 굶주려 있던 애플리케이션도 이제 칩을 재할당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