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R&D 인력은 2만명, TSMC는 6만명...격차 커"

이혁재 서울대 교수 "국내 반도체 연구 인력 양성 절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7/07 08:40    수정: 2022/07/07 08:53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산업에서는 연구 인력이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인력은 해외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학과 신설뿐 아니라 교수충원, 비반도체공학부 학생이 복수전공을 통해 반도체를 공부할 수 있는 '반도체 융합 교육 과정'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생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반도체 트랙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 라인.(사진=삼성전자)

■ 韓, 전공정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 부족 '가장 심각'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필요한 인력은 약 1만4천600명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약 3만명이 부족하다고 관측했다.

일례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R&D 인력은 2만명이다. 이는 대만 TSMC의 인력(6만명)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R&D 인력은 1만명인 반면 퀄컴은 4만5천명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R&D 인력 수는 4.5배 차이가 난다.

표=지디넷코리아

6일 IITP가 개최한 ‘K-인공지능반도체, 미래를 말하다’ 콘퍼런스에서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TSMC와 기술에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지만, 인력 수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하기 쉽지 않다"며 "국내에 반도체 연구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장비 등으로 나눠지는데 각 분야별로 필요한 인력 수준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특화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인력이 제일 부족한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이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셀 구조에 대한 공정 노하우와 석박사 교육을 통한 개발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스템반도체는 논리적인 사고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며, 일부 업무는 학부 교육만으로 가능하다. 후공정은 반도체 관련 기초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단, 후공정의 일부 업무는 전문대 교육으로 가능하다.

■ 대학 반도체 학부 신설..."타전공생을 위한 연합전공 필요"

학계에서는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이 성공하려면 ▲학부 증원 ▲교수 충원 ▲전자전공 내 반도체 트랙 ▲타전공생을 위한 연합전공 ▲반도체 분야 대학원 지원 비율 증가 ▲교육용 반도체 장비 확보 등 다양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서울대의 반도체 인력 양성 통계를 살펴보면 전기정보공학부 대학원 정원대비 선발 비중은 약 80%다. 이는 대학원 정원 증가의 효과 한계를 보여준다. 전기정보공학부 반도체 분야 교수의 담당 대학원생은 평균 19명이다. 이는 서울대 전체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또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생이 반도체 분야 대학원으로 지원하는 비율은 15%(7분의 1) 수준이다.

표=지디넷코리아

이 교수는 "반도체 교수 당 가르치는 학생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반도체 교수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생뿐 아니라 대학원생도 같이 증가시켜야 인력 양성 효과가 있다"며 "정부가 반도체 트랙을 지원해준다면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인공지능 반도체 공학 연합전공을 만들어서 비전기정보공학부 학생 대상으로 반도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9학점을 이수하는 복수전공의 개념이다.

이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 학부 말고 다른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인데, 굉장히 인기가 많다"라며 "타전공 학생들의 반도체 융합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트랙, 연합전공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면 반도체 인력을 많이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대, 포항공대, 중앙대, 숭실대, 대구대, 강원대, 조선이공대 등 7개 대학은 공동 교육 과정과 교과목 54건을 개발해 학점 교류를 통한 공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차년도 인력양성 수는 2천339명에 달하며, 이 중 비이공계 학생은 39%(914명)에 달한다. 이는 비이공계 학생들이 반도체 전공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정부는 국내 반도체 인력 육성 정책을 올해 연이어 발표했다. 올해 기준 국내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에서는 성균관대(70명), 연세대(40명), 고려대(30명)으로 약 140명이 배출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반도체 계약학과가 포항공대(30명), KAIST(100명), 서강대(30명), 한양대(40명) 등에 신설되면서 약 34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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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전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기원(GIST), 대구경북과기원(DGIST), 울산과기원(UNIST) 등 4대 과기원도 반도체계약학과를 도입해 내년부터 매년 200명 이상 학사급 인재를 양성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실무인력(학사급) 양성사업과 인공지능(AI)반도체 고급인재 양성(석·박사급) 사업을 통해 향후 5년간 반도체설계구현 실무 인재 3천14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전공 트랙 사업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