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 엄청난 논란을 몰고 온 연방대법원의 ‘낙태금지법 허용’ 판결 후폭풍이 디지털 광고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T전문매체 프로토콜은 29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로 디지털 광고업계의 위치정보 수집 관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판결 이후 위치정보 이용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디지털 광고 업계도 이전보다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임신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이 판례로 지난 49년 동안 주 차원의 낙태금지법 제정이 금지돼 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례를 파기하자마자 9개 주들이 낙태금지를 공식화했다. 미국 언론들은 절반에 가까운 주들이 낙태금지법을 발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낙태금지 본격화될 경우 위치정보 활용한 '지오펜스 영장' 널리 활용
낙태를 금지하는 주의 수사기관들이 ’지오펜스 영장(geofence warrants)’을 활용해 법 위반자들을 수사할 가능성이 많다. 지오펜스 영장이란 범죄 발생 지역과 시간대를 특정한 뒤 그곳에 있던 모든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영장이다.
문제는 이게 단순히 낙태금지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동안 과도한 위치정보 수집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디지털 광고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프로토콜은 “디지털 광고 업계는 그 동안 위치정보 사용 제한에 대해 저항해 왔다”면서 “하지만 로 대 웨이드 판례 파기로 이런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 파기로 지오펜스 영장이 연이어 사용될 경우 광고업계의 위치정보 수집 관행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광고업계 역시 민감한 위치정보 사용을 제한하는 쪽으로 행동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프로토콜의 분석이다.
정부가 과도한 위치정보 사용에 대해 칼날을 빼들기 전에 업계 자율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지털광고 이익단체인 NAI(Network Advertising Initiative)는 지난 주 민감한 위치정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율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임신 및 낙태 병원, 건강건강 치료 기관, 종교 단체, 교화시설, 중독 치료 센터, 군사 기지 등 중요한 위치정보는 사용 및 판매하지 말자는 것이 자율규제 방안의 골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제약회사들이다. 그 동안 제약회사들은 건강 검진 시설 관련 위치정보를 활용해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 NAI는 자율규제 시동…구글 등 반응은 시큰둥
NAI의 자율규제 방안은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이 기관이 수 개월 동안 준비해 왔다.
지난 해 위치 정보 앱을 통해 일부 카톨릭 신부들이 게이바 등을 방문한 사실이 폭로된 이후 이런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파기까지 겹치면서 과도한 위치 정보 사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다.
문제는 NAI의 자율규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점이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현재 NAI 회원사 중 자율규제에 동의한 기업은 포스퀘어를 비롯해 세 곳에 불과하다. 최대 위치정보 수집 규모를 자랑하는 구글은 아직 NAI 표준에 서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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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 관행에 대해선 미국 의원들도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42명은 지난 5월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 및 보유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발송한 이 서한은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도했다. 여기엔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저명한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