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됐다고 발표된 지 6주만에 환자 발생 발표가 크게 줄면서 북한이 큰 재앙은 피한 것 같다고 북한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것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고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한데다가 주민들이 방역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코로나 위기 완화가 가능해졌다고 본다.
정보 공개에 매우 인색한 북한이 지난달 12일 코로나 발생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후 매일 발표된 발열자와 사망자 및 증상자 발생 통계가 실제 발생수를 크게 낮추고 방역 실태를 과장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 능력이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발열자 숫자로 코로나 환자수를 대신하고 있다. 국제기준으로 보면 북한의 발열자 분류기준은 37도로 매우 낮다. 북한 주민 6명 중 1명 꼴인 약 470만명이 최근까지 발열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코로나 감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증상이 없는 환자가 배제된다. 또 북한 지역 당국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실제 환자수를 축소 보고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사망자가 모두 73명이라고 발표했다. 거의 발생 첫 이틀 동안 사망했으며 지난 15일 이후에는 사망자가 없다. 이같은 사망률은 중국의 300분의 1이며 전세계 평균의 600분의 1이다.
브뤼셀 행정대학원 KF-VUB 한국 석좌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1000명대에 불과한 사망자수에 대해 북한 당국이 사망 원인이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으로 설명해 버리고 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 발생이 크게 확산한 것을 고려할 때 실제 사망자가 훨씬 많다는 것을 감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들도 "잘 알 것"이라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 김신곤 박사는 코로나19가 발병한 평양의 주민들은 김정은이 "대재난"이라고 밝히면서 크게 우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치명률이 10%에 달하는 장티푸스 등 북한이 과거 경험한 질병보다 코로나의 사망률이 낮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은 미국의 경우 1.2%, 한국은 0.1%다. 김신곤 박사는 증상이 없는 환자들을 감안할 때 북한의 발병 규모는 1500만명이 감염돼 1만명이 숨진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 NK 이상용 대표는 발열 증상이 있는 주민들 다수가 경제활동을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역 당국이 다수의 환자 발생을 보고할 경우 봉쇄되면서 시장이 닫히고 사람들이 식품 등 생필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대표는 지방 주민들의 경우 발열로 숨지는 것보다 굶어서 숨지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황해도의 한 소식통은 데일리 NK에 봉쇄조치와 홍수로 인해 굶어죽은 사람이 코로나로 숨진 사람보다 많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북한에 확산한 코로나가 오미크놀 BA.2 변이라고 밝혔다. 사망률이 크게 낮은 변이다. 폴 헌터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감염병 전문의는 오미크론의 증상이 특히 젊은층 사이에 약한 탓에 북한의 사망률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35.3세이며 한국은 43.7세다.
북한 당국자들도 실제 코로나 발생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PCR 검사 능력이 하루 120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하루 80만명을 검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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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사하라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 국가들도 코로나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검사 능력이 부족한 점과 다른 질병 발생이 잦아 주민들이 코로나에 대해서도 면역을 가졌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