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Play to Earn)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다들 아실 거다. 대표적 게임인 '엑시인피니티'도 토큰 가치가 하락 중이다. P2E가 저변 확대 차원에서 마케팅 수단으로선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본질은 아니다. 게임 이용자에게 포르쉐 준다고 포르쉐 게임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게임은 게임 자체로 즐거워야 한다. 이 용어를 계속 쓰면 규제 다국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만 키울 거로 본다."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23일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NFT(대체불가토큰)/블록체인 게임 컨퍼런스'에서 '게임 생태계에서 블록체인과 NFT의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관호 대표는 게임에 블록체인 기반 토큰 경제를 결합하면서 추가된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짚었다.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가능해진 것, 주요 캐릭터와 아이템을 NFT로 보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게임 내 소유권 논의 구도도 바꿀 전망이다. 게임 아이템을 보유한 이용자에게 아이템 소유권을 인정하게 되면, 게임 서비스 중단은 이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기에 게임사는 그 동안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점용권'을 보유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블록체인과 NFT가 게임에 도입되면서, 게임사가 제한적 책임을 진다는 전제로 게임 내 재화 소유권, 더 나아가 게임 운영 권한도 이용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생겼다.
최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을 준비 중인 회사들이 이런 변화의 의미에 집중해 NFT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게임 NFT가 차익매매 수단으로서 기능하기보다, 게임에서의 효용을 갖고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임 '아키월드' 운영 경험을 토대로 이런 조언을 했다. 최 대표는 "아키월드 내에서 집 짓기, 농사 짓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 아이템을 NFT로 만들고, 이 NFT 거래를 위한 화이트리스트로 '팬덤 카드' NFT를 발행했다"며 "토지 아이템은 효율적 플레이가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임대 수익도 얻을 수 있어 이용자 불만이 별로 없었는데, 팬덤 카드는 구매자 중 차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많아 문제가 있었다. 이런 식의 NFT 발행을 타사가 한다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엑스엘게임즈가 블록체인 게임으로 추구하는 주요 지향점들을 소개했다.
먼저 회사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게임 내 경험은 이용자 간 상호작용만으로 완성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가이드 역할만 수행하고, 게임 밸런스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상점에서 중요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적 방침"이라며 "모든 것을 이용자가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고 더 빠른 성장을 원할 경우 다른 이용자에게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FT는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고유한 경험을 위한 수단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도 언급했다.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창작물을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회사 보상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실질적 경제행위가 이뤄지는 생태계를 추구한다.
궁극적으로 게임 주도권이 이용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최 대표는 "MMORPG의 시작과 발전은 이용자가 만들어온 것들"이라며 "이용자의 플레이 편의를 키워주면서 게임이 발전하는 길을 다시 걷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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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향성을 추구하게 되면 블록체인 게임이 온라인에서 색다른 경험과 맥락, 콘텐츠를 제공하고 경제 활동의 장이 되는 '메타버스'로 기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규제 방향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소비자 보호 차원의 규제는 업계가 당연히 수용해야 할 부분이나, 규제 만능주의와 비논리적 규제는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P2E와 M2E의 규제 방침이 다른 것과, 올초부터 폐지된 셧다운제를 예시로 들었다. 최 대표는 "정부가 선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울 때 일괄 금지하는 식의 손쉬운 규제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게임 규제는 늘 이런 식으로 이뤄져 왔다"며 이같이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