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달에 가자지만 이글은 달에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달은 어떤 거시적 목표를 말한다. 미국이 달에 가기로 한 것은 소련의 스프트니크 위성에 자극을 받아서였다. 당시 기술로 달에 가는 것은 무리였고 불가능했다. 그런데 달에 가기로 한 미국은 국가기술을 총동원하고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었고 실패를 딛고 결국 달에 갔다. 그 결과 미국은 넘사벽의 국가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국방과 문화, 화폐까지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사실 경제적으로보면 당시 달에 가봐야 월석외에는 가져올 것이 없었다. 달에 식민지를 만들것도 아니고 무슨 경제성있는 활동이나 효용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더구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감에도 성공 가능성은 장담 못하는 프로젝트였다. 투자대비이득(ROI) 관점에서만 보면 '낭비' 였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달에 가는 과정에서 소요 및 '낭비'되는 리소스를 국가 경쟁력으로 만들었고, 오늘날의 초거대 국가를 이루는 발판이 됐다.
미국의 '달 프로젝트'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는 무엇이 있을까? 흔히 우리는 단군이래 최대의 성공으로 반도체 D램과 낸드(NAND) 플레시를 꼽는다. 그런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만으로는 먹고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더 큰 '달같은 목표'가 있어야한다. 그래야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다. 기존의 메모리와 자동차, 조선으로 국민소득 3-4만달러를 달성했다면 이제는 국민소득 5만~10만달러에 이를 '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에게 이런 '달'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그것이 인공지능과 미세공정 파운드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달처럼 엄청난 개발비와 인력을 잡아먹는다. 무엇보다 끝도 없는 소련의 스프트니크 위성과 같은 넘사벽의 기술을 가진 엔비디아, AMD, 인텔, 브로드컴, NXP, ST마이크로, 마이크로칩 같은 회사들을 넘어서야 한다. 여기에 이들 회사 배경에는 역시 넘사벽의 TSMC 와 중국의 레거시 공정 파운드리가 있다.
이들 외국 회사들을 넘어선다는 건 가히 넘사벽이다. 또 계속 돈을 투입해야 함에도 성공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마치 달 프로젝트 같다. 하지만 달에 도달하면 모든 고난의 행군이 끝난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끝이 없지만, 브랜드 가치와 투자의 열매를 얻을 수 있고 선발주자의 장점을 취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성공에는 앞으로 엄청난 비용과 인력과 노력과 실패와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 중 미세공정 파운드리 발전 뿐 아니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서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클라우드 각종 SDK 컴파일러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우리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건 어렵고 지난한 일이다. 엔비디아만 해도 언구 개발인력이 3만명에 쿠다(Cuda)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있다. 또 구글의 텐서플로우나 테슬라의 자율주행칩 애플의 M2X 반도체는 얼마나 괴물 같은가. AMD와 브로드컴 NXP 인텔의 경쟁력도 어마어마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우리가 시스템 반도체의 달에 이를 수 있을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단, 중간에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 파운드리 산업이 세계 1위가 돼야만 우리나라가 1인당 GDP 5~1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 후발국가로 역사가 200여년 밖에 안되는 미국이 유럽과 전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된것은 달에 갔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인공지능 반도체와 미세공정 파운드리 1위는 한국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1위 수준으로 높여주는 전위이자 '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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