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기업이 우수 인재를 끌어오는 것에만 관심을 보일 뿐 내부 인력 육성은 등한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대기업조차 이런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개발자가 절실히 필요한 IT 대기업부터 시니어 인재 배출에 기여해야 주니어에 쏠린 인재 풀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속수무책으로 개발자 이탈을 겪어온 중소기업도 사내 인재 육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 기업들은 그간 육성을 받은 인재들이 더 나은 처우의 기업으로 옮겨가 투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고민해왔다. 그러나 당장의 인력 잔류 여부에 얽매이는 건 근시안적 판단이다. 구직자가 탐낼 만한 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런 투자가 필수가 됐다.
■많이 뽑아 잘 기르자…"교육 공들여야 이탈도 감소"
개발자 이직이 활발한 만큼, 수시 이탈을 상수로 두고 여유 있게 채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업계, 학계 의견이다. 개발자만큼은 예비 인력까지 뽑아 길러야 역량이 우수한 시니어를 소수라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IT 업계를 중심으로 이런 인력 양성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NHN은 SW 인재 교육기관 NHN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김명신 CTO는 "공개채용을 실시하면 2천~3천명 정도가 지원을 하는데, 채용되는 상위 30등 외 100등 정도까지의 지원자들도 잠재력이 크다"며 "기술 아카데미를 통해 이 인재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시 기회를 주는 식으로 예비 인력 풀을 만들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은 개발자 대상으로 실무형 교육 및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빗썸 테크 아카데미’와 블록체인·iOS 개발 교육과정인 '빗썸 테크 캠프'를 운영 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잠재력 있는 개발 인재에게 최신 기술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당사와 잘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올해 20~5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SW 인재 교육기관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의 경우 기업형 PBL(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크래프톤, 네이버, NHN에듀, 라인 등 참여 기업 내 실무에서 사용하는 여러 도구를 토대로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취업준비생들이 자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 동시에, 현장 투입 시 단시간에 적응할 수 있는 예비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경력 2~3년차 이상의 개발자를 필요로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연봉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채용 규모 자체도 크지가 않다"며 "경력 개발자를 스카웃해오는 비용이 만만찮은데, 이를 주니어 교육에 투자하는 게 인재 확보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채용된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사내 체계와 조직 문화를 다듬는 것도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의 SW 인재 육성 정책도 완성도를 위해서는 기업이 이런 체질 변화를 추진하게 유도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 학장은 "사내 시니어와 주니어 간 멘토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직무'로서 정의가 돼 있어야 한다"며 "후배를 가르치고, 학교나 교육기관에 나가서 취업 세미나를 하고, 쓸 만한 인재를 발견해 포섭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결국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인데 할 일로 명시가 돼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양보다 질' 추구하는 산학 협력 인재 양성 늘어나야
대학교 내 취업 지원 기관은 우수한 인재 채용을 원하는 기업과, 좋은 회사를 찾는 구직자의 만남을 돕는 주체다. 그러나 현재 이런 기관들은 대기업, 공기업 입사 지원에 특화돼 있어 개발자 채용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학벌과 학점이 아닌, 실무 역량 평가 위주의 개발자 채용 과정을 지원할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또한 개발자 수요가 있는 기업과, 공급하는 입장인 대학이 인재 육성에 대해 보다 심도 깊게 협력해야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단기적으로 입사자 수를 늘리고 미취업자를 예년보다 줄이는 등의 성과에 목맬 게 아니라, 기업과 적합한 인재를 연계하는 것을 진정한 성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 학장은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학생들이 실무에 참여하는 채용 연계 프로젝트를 실시했을 때 채용까지 이어진 인원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실망하고 투자 비용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그런 과정 속에서 기업 업무에서 다루는 도메인 지식이 구직자에게 알려지게 되기에 손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교수는 "대학원 연구원이 기업체와 함께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늘어나야 한다"며 "그래야 진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이고,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기술력을 집중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언급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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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모든 기업이 '개발자 사관학교'로 변신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