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날아오른 누리호, 숨가빴던 일주일

바람, 센서 이상 등으로 두 번 발사 연기...연구진, 문제 해결에 총력

과학입력 :2022/06/21 17:25    수정: 2022/06/21 20:31

우리 힘으로 우주에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누리호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끝내 우주로 날아올랐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 위성을 700㎞ 지구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 기술 확보를 목표로 지난 2010년 시작된 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러시아의 기술을 전수받아 개발, 3번 시도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의 힘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 아쉬운 '절반의 성공' 누리호 1차 발사

2021년 10월 누리호 1차 발사는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마지막 위성모사체의 궤도 안착에 실패하면서 아쉬운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난제로 여겨졌던 발사 후 1,2단 및 페어링 분리에는 문제 없이 성공했으나 마지막 한걸음에서 발목을 잡혔다.

2021년 10월 누리호 발사 장면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가 목표 궤도에 진입했으나, 엔진 연소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되는 바람에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데 필요한 초속 7.5㎞의 속도를 얻지 못 했다. 결국 위성모사체는 지구 중력에 끌려 추락했다.

조사 결과, 이는 3단 산화제 탱크 안에 설치된 헬륨 탱크의 지지대가 풀려 헬륨 탱크가 산화제 탱크에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균열된 틈으로 산화제가 누출돼 연소를 충분히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3단 엔진은 521초 간 연소돼야 했지만, 475초 만에 종료됐다.

누리호 3단 산화제탱크 내 고압헬륨탱크 및 배관 배치도 (자료=과기정통부)

항우연 등 연구진은 1차 발사 당시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가며 2차 발사를 준비했다. 헬륨탱크 하부 지지부 고정장치를 강화하고, 산화제탱크 윗 부분을 덮는 덮개의 두께를 보강했다. 덮개 두께를 늘이고, 하중을 더 견디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가속도는 계산된 하중의 1.5배까지 견딜 수 있도록 보완했다.


■ 두 번 미뤄진 누리호 2차 발사

정부는 지난 2월, 설계 변경을 반영한 비행체 조립 등을 위해 2차 발사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1달 늦은 6월로 미뤘다. 이어 지난 5월 기술적 준비 상황과 발사 여건 등을 고려해 6월 15일로 발사 일정을 잡았다.

14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발사장으로 이동해 기립 및 점검 작업을 하고, 15일 발사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14일 현지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47m 높이의 누리호를 세워두고 작업해야 하는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해 이송과 발사 일정을 하루씩 늦췄다.

15일 저녁,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발사체 조립동으로 재이송 작업 중인 누리호 (자료=항우연)

15일 이송과 기립 작업은 별탈 없이 이뤄졌으나, 기립 후 점검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산화제 탱크에 장착된 레벨 센서에 오류가 발견된 것이다. 발사체가 누워 있을 때와 기립했을 때 다른 데이터를 보여야 하는데,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이 센서는 발사체 추진을 위해 공급돼야 하는 산화제의 수위를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산화제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없어 운항 속도나 시간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레벨 센서는 산화제 탱크 상부에 부착돼 있다. 센서를 둘러싼 전선류나 터미널 박스의 문제라면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센서 자체의 문제라 센서를 교체하려면 1단과 2단을 분리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일이 커진다. 이미 발사를 위한 화약류도 장착된 상태라 안전 우려도 크다.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문제가 나타난 후 연구진이 긴장한 이유다. 점검과 분리, 재조립에 시간이 걸리고 여기에 장마가 겹치면 발사 일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15일 발사 연기 후 브리핑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굉장히 당혹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발사가 가능한만큼 빠른 시간 안에 확실히 해결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누리호 산화제 레벨 측정 시스템 개념도 (자료=항우연)

밤 늦게 기립했던 누리호를 다시 눕혀 조립동으로 옮겨 점검에 들어갔다. 긴급 점검 결과 문제는 레벨 센서 자체에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센서 내부 코어 역할을 하는 전기부의 문제였다.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밀한 도면 분석과 구조 연구를 통해 단 분리를 하지 않고 센서 전기부만 교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해 준비한 센서를 가져와 점검창을 통해 기술진이 들어가 교체를 완료했다.

■ 마침내 우주로 날아오르다

센서의 정상 작동이 확인된 후 17일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21일로 새 발사 일정을 잡았다. 당초 발사일에서 예비발사일로 잡아 둔 23일 이전에 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시기 비와 바람 등 기상 조건은 본래 발사일보다 좋지 않고 불확실성도 심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작업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많이 기대했는데 급작스럽게 센서 이상으로 발사가 취소되면서 연구진이 의기소침해진 것도 사실"이라며 "명예회복 위해서라도 빨리 점검해 새롭게 도전하기 원하는 분위기"라며 심경을 전했다.

20일 누리호가 발사대에서 기립하고 있다. (자료=항우연))

두 번에 걸친 발사 연기를 보상하듯, 다시 발사체 이송과 발사가 이뤄진 20일과 21일에는 기상과 발사체 점검 작업 모두 문제 없이 순조로웠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차관은 21일 "우려했던 기상 불확실성이 좋은 쪽으로 풀려, 제반 여건이 매우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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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발사대 이송과 기립, 엄빌리컬 설치 등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21일 기상 조건도 좋아 계획대로 4시 발사가 최종 결정됐다.

발사 후 1,2단 로켓과 페어링이 문제 없이 분리되고, 3단 추진체가 성능검을위성을 목표 궤도에서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 12년의 시간과 2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누리호가 마침내 성공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