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에서 가짜 다이아몬드를 담보로 한 380억원의 대규모 사기 대출이 이뤄지면서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는 은행권 지적이 나온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보석을 담보로 정밀한 감정평가도 없이 수백억원의 대출을 해줬다는 점에서, 새마을금고의 고질적인 병폐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가짜 다이아몬드와 허위 감정평가서를 들고 새마을금고에서 38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대부업체 대표와 새마을금고 간부, 브로커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큐빅을 가짜 다이아몬드로 속이고 허위로 작성된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지난2020~2021년 총 25회에 걸쳐 16개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38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 전 본부장은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지역 대출 담당자에게 대출을 잘해주라고 청탁 전화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은행권은 ▲주택과 건물, 토지 등 부동산과 ▲자동차와 금, 보석 등 동산도 담보물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동산은 평가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동산을 담보로 해야 할 경우라면 정밀한 감정평가가 필수 선행 조건으로 따라붙는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보의 가장 중요한 요건 두 가지는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유동성과 환금성"이라며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류는 가치평가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담보로 잡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환금성 측면에서 금은 담보물로 쓰일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희소성을 인정받은 원석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담보로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만약 담보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필수 선행 요건으로 정밀한 감정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기 행각이 2년간 총 25회에 걸쳐 16개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사기 행각이 지속되는 동안 모두 허위 감정평가서만 믿고 380억원을 대출해준 건 납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새마을금고중앙회 전 본부장의 위계가 작용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앞서 40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새마을금고와, 이를 감독하는 중앙회에서도 380억원대 사기 사건이 드러나면서 고질적인 병폐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40억원 횡령은 해당 직원의 자수로, 380억원 사기는 전 직원의 고발로 세간에 드러났다. 이때까지 사측은 이 같은 금융범죄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밝히지 않았다.
새마을금고의 비리 사건은 해마다 수십 건씩 끈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로,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아 갈수록 구멍이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관리하는데 양쪽에서 금융범죄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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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380억원 대출의 경우 보석 감정평가를 더 면밀하게 했어야 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