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회의...이재용 기술·인재 중심 경영에 즉각 화답

글로벌 경기침체 대비 사업 점검·전략 수립 회의..."한계 돌파해야"

디지털경제입력 :2022/06/20 15:30    수정: 2022/06/20 16:05

삼성은 오늘(20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개최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 위한 사업 점검과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이번 사장단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삼성은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사장단회의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비롯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등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12일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차세대 기술·우수인재 육성 강조…이재용 부회장 언급한 키워드와 일치

20일 삼성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삼성전자 사장단은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은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하고, 우수인재 확보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라며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 생태계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6월 3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최고경영진 간담회에 참석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준법위)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 강조한 '먹거리 육성과 우수인재 확보'는 이틀전 이재용 부회장이 언급한 키워드와 일치한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 약 12일간 유럽출장을 마치고 김포 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의 출장 소감 질문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과 인재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고객사인 BMW,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 기업 하만카돈 등을 방문해 기술 현황을 점검했다. 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규모 삼성 투자에 앞서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최첨단 기술동향을 점검하고 시야를 넓히는 자리를 겸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지난달 24일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 등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반도체·바이오·신성장IT 분야에서 8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경기 불확실성 크다"…삼성전자, 내일부터 상반기 전략회의 예정

오늘 사장단회의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상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부문별로 개최해 글로벌 시장 현황을 점검하고 대비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IT·모바일과 소비자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오는 21~23일,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27∼29일 회의가 진행된다. 이번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는 2년만에 재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6월, 12월 두차례 전략회의를 개최해 왔으나,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연말에만 한차례 전략회의를 개최해 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 운송비 및 원재료 상승,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 환율 인상 등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소비심리 위축으로 스마트폰, TV, 노트북, 가전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 감소한 13억5천7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TV 출하량 전망을 기존 2억1천700만대에서 2억1천5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노트북은 원래 2억3천800만대 출하량을 예상했지만 2억2천500만대로 하향 조정됐으며, 전년 대비 8.5% 감소할 전망이다.

하반기 메모리 가격도 하락이 예상된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하반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PC와 모바일 등 IT(정보기술) 세트 부진 등의 어려운 상황으로 메모리 가격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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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전사 차원에서 대외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 조직 개편을 통해 경영지원실 지원팀 산하에 사업위기관리(BRM) 조직을 신설했다. 글로벌 경기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매출은 78조1천822억원, 영업이익은 15조2천124억원이 전망된다. 이는 전년 보다 각각 22%, 21% 증가한 실적이다. 반면 수익성은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19.46%가 전망되며, 이는 전년(19.74%) 보다 0.2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