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엘베 타고 횡단보도 건너는 로보티즈 배송 로봇 만나보니

로보티즈 "유통 라스트마일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송로봇 활용 기대"

디지털경제입력 :2022/06/13 15:01

서울 강서구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 사옥 내 배송로봇 자율주행 시험실은 마치 실외 길거리처럼 꾸며졌다. 인도가 이어지고, 곳곳에 가로수가 서 있다. 인도와 인도 사이에는 신호등과 횡단보도도 설치됐다. 한 켠에는 비포장 도로처럼 모래를 흩뿌린 길이 있다.

이곳은 실외 자율주행 배송로봇 '일개미'에게 인큐베이터 같은 공간이다. 일개미는 시속 3km/h로 인도를 거닐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시험실 안쪽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관제 컴퓨터 앞에 앉아 일개미의 주행을 지켜봤다. 일개미는 실제 배송 현장에 투입될 날을 기다리며 안전성과 배송 능력을 지속해 시험하고 있다.

일개미는 2019년 실내 배송로봇 '집개미'와 함께 태어났다. 이들은 탑재한 서랍에 물품을 싣고, 사람이 입력한 목적지까지 자율주행한다. 딥러닝 AI를 기반으로 스스로 주변 환경과 장애물을 인지하고, 충돌하지 않도록 멈춰설 줄 안다.

서울 강서구 로보티즈 사옥 내 시험실에서 주행하는 실외 배송로봇 일개미 (사진=지디넷코리아)

집개미는 서울 명동 헨나호텔 등 실제 현장에 투입돼 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개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에 선정되는 등 특별한 상황에서만 실제 현장을 달려봤다.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아직 법적 지위가 없어 도로교통법과 개인정보보호법상 보도, 횡단보도를 주행할 수 없다. 관련 법·제도보다 자율주행 로봇 기술이 먼저 나와 실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신호등 인지해 횡단보도 건너고, 사람 보면 멈춰서

일개미는 직사각형 몸체에 달린 바퀴로 주행한다. 몸체 가로 길이는 80cm, 높이 92cm, 몸무게 92kg이다. 몸통 위에는 자율주행 배송 중임을 알리는 깃발을 달았다.

일개미는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서 멈춰선다. 맞은편 신호등 불빛이 빨강에서 초록으로 바뀌자 횡단보도를 건넌다. 코너길이 나오면 적절한 각도로 바퀴 방향을 바꿔 길을 따라간다. 1m 이상 떨어진 앞인데도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발걸음을 멈춘다. 일개미는 완전 충전하면 8시간 연속 주행할 수 있다.

서울 강서구 로보티즈 사옥 내 시험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실외 자율주행 배송로봇 일개미(사진=지디넷코리아)

깔끔하게 포장된 인도를 지나자 비포장 도로처럼 흙모래가 뿌려진 길이 나왔다. 일개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갔다. 약 18도 경사각까지 극복할 수 있어 조금 비탈진 길이 나와도 멈추지 않았다. 실내 시험실은 형광등 불에 바람도 불지 않았지만, 로보티즈 관계자는 비·눈이 내리고 해가 저물어도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모난 일개미 몸통 위쪽에는 뚜껑이 달렸다. 전용 앱으로 뚜껑을 열면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넓은 공간이 나온다. 택배는 물론 음식 배송에도 유용하도록 설계했다.

■ 숫자 인지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로봇팔

로보티즈 사옥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집개미가 일을 기다리고 있다. 집개미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간 이동해 서류, 물품 등을 배송한다.

키 117cm, 몸무게 70kg 정도인 집개미는 몸체 위쪽에 3D카메라를 장착한 로봇팔과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터치스크린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서랍에 물품을 넣으면 배송을 시작한다. 로봇팔로 숫자와 문자를 인식해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로봇팔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로보티즈 실내 자율주행 배송로봇 집개미 (사진=지디넷코리아)

층간 이동 뒤에는 복도를 지나, 로봇팔로 최종 목적지인 사무실 문을 노크한다.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면 서랍 문을 열기 편하도록 몸 방향을 돌린다. 심부름을 마치면 다시 1층 엘리베이터 앞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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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티즈 측은 "집개미는 버튼을 누르고, 노크하는 로봇팔이 있어 로봇과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연동하는 등 별도 시설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무실, 병원 등에서 집개미 활용을 확대하고, 해외에서 일개미 공급을 시작해 소비자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유통 마지막 단계에서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로보티즈 사옥 내에서 물품을 배송하는 실내 자율주행 로봇 집개미 (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