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때 천자문 뗀 벤처CEO···온라인 채용시장서 새 바람

[인터뷰/권인택 오픈놀 대표] 기업 실무 경험 장점 '미니인턴' 사용자 누적 30만명 달해

인터뷰입력 :2022/06/09 10:40    수정: 2022/06/09 10:43

"자기만의 스토리와 '일 경험'이 스펙을 이기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권인택 오픈놀 대표가 늘 품고 있는 생각이다. 오픈놀은 '미니 인턴'이라는 기업 실무 경험 플랫폼으로 국내 채용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가 2017년 선보인 '미니인턴'은 취준생(취업준비생)이 온라인으로 기업 실무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어 호응을 받고 있다. 

올 5월말 기준 '미니인턴' 사용자는 누적 30만명에 달한다. 기업도 '미니 인턴'에 '환호'하고 있다. 실무 역량을 알 수 없는 스펙의 단점을 커버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1300여 기업이 '미니 인턴'을 이용했다. 현재도 기업이 낸 프로젝트(실무 문제) 5000여개가 '미니 인턴'에서 돌아가고 있다.

다른 채용 및 인재 매칭 플랫폼과 '미니 인턴'이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취준생 기업 실무를 2주간 온라인으로 직접 경험 할 수 있다. 기업의 일을 경험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퍼포먼스'를 알 수 없는 '스펙'보다 실무 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다.

권 대표는 "이력서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채용 구조는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뽑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미니 인턴'의 최대 장점은 취준생이 기업 업무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10대 그룹 절반이 정기 신입 공채를 폐지했거나 준비 중이다. 대기업 신입 채용이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N잡러’가 늘고 있는 등 국내 채용과 노동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권 대표는 "자신만의 스토리와 '일 경험'이 스펙보다 더 중요하다. 온라인 기반 기업 실무 경험 교육으로 스펙 위주 현재의 채용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서 "현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취준생의 적합한 직무와 매칭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채용 문화를 개척해가고 있는 오픈놀은 연내 코스닥에 상장,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권 대표는 "상장 후에는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다"면서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인택 대표가 IGM세계경영연구원이 최근 제작한 '스케일 업 CEO'에 출연해 오픈놀을 소개하고 있다.

권 대표는 연세대학교가 배출한 주목받는 벤처 CEO 중 한명이다. 지난 4월 열린 연세대 창립 137주년 기념식에서 창업 대상(동문 부문)을 받았다. 무언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비슷한 한자어로 불광불급(不狂不及)도 있다. 미치지 않으면 무언가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권 대표의 대학 시절도 그랬다. 그는 학문, 종교, 여행, 이성, 돈 등 5가지에 '불광불급'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졸업을 미뤄가며 연대 캠퍼스를 떠나 옥스퍼드, 스탠포드 같은 외국 유명 대학들을 순례했다. 이 때 깨달은 바가 있어, 문사철(文史哲)을 더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원래 전공(영어영문) 외에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추가로 전공으로 공부, 전공이 3개다. 

30대 후반의 경주 출신인 그는 국내 벤처기업인 중 한문을 가장 잘 아는 CEO이기도 하다. 서당 훈장을 한 할아버지와 유림회 할아버지들에게서 6~7살때 한자를 배웠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사서삼경을 뗐다. "지금도 동몽선습(童蒙先習, 조선시대 서당에서 교재로 사용한 책 )을 외우고 있다"며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보인 그는 "어렸을때 한문을 배운 것이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반색했다. 상장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권 대표를 만나 오픈놀의 현재와 내일을 들어봤다. 

-먼저 오픈놀의 핵심 비즈니스인 '미니 인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온라인 기반으로 기업 실무를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매칭 플랫폼이다. 기업이 온라인으로 문제(프로젝트)를 내면 취준생이 2주간 이를 푸는 방식이다.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자격증과 스펙보다 높은 직무 이해도와 전문성이 더 주목받고 있다. 실무를 해 본 일 경험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노동 시장이 이런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4명중 1명이 1년안에 퇴사한다고 한다. 퇴사 이유 중 40.5%가 직무와 적성이 맞지 않아서다. 그런데 기업은 신입사원 1명을 채용하고 교육하는데 1년에 평균 6000만 원을 쓴다. 우리가 하고 있는 '미니 인턴'은 이런 사회적 손실을 줄여준다. 취준생이 기업 실무를 2주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미니인턴이 아직 유일하다."

-스펙보다 '일 경험'이 중요하다는데, 아직 '일 경험'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취준생이 기업 일을 미리 경험해 본다는 점에서 '일 경험'이라 부르고 있다. 일자리 말고 일거리와 일경험이 대세가 될 거라 생각해 쓰고 있다. 스펙만 가지고는 일을 잘하는지 알 수 없다. 직접 일을 수행한 결과와 경험을 봐야 한다. 앞으로 채용 트렌드와 노동 시장이 이런 쪽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미니인턴' 사용자는 얼마나 되나

"2017년 6월에 처음 선보였는데 그동안 누적 사용자가 30만명 정도 된다. 2020년 14만명에서 2021년 16만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사용자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점차 재직자들도 늘고 있다."

-미니인턴을 사용하는 기업은 몇 곳?

"지난해말 기준 누적 1300곳이다. 2020년 900곳에서 크게 늘었다. 중견기업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스타트업도 있다. 대기업도 일부 이용한다."

오픈놀 핵심 사업인 미니인턴 이미지

-지난 2월 프리IPO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상장 계획은?

"6월말이나 7월초에 상장을 신청하려고 한다. 공모는 11월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2월 프리IPO때 206억원을 성공적으로 투자 유치하며 마무리했다. 프리IPO로 들어온 자금은 박사급 인력 채용과 AI 모델고도화 등 연구개발 강화에 쓴다. 상장후에는 인수합병과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해외 시장은  베트남, 인도, 일본 등 3곳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작년에 110억원을 했다. 10년안에 1000억원을 달성하고 싶다. 언제가 될 줄 모르겠지만 세계 10대 안에 드는 교육 분야 기술회사가 되고 싶다."

-중학생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취준생 채용 쪽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중학생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사업을 하다보니 대학생 멘토가 필요했고, 대학생들에게 멘토 교육을 하다보니 이들의 '니즈'가 취업이라는 걸 알게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취업 프로그램도 운영하게 됐다. 2012년 연세대 송도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오픈놀 비전캠프'를 운영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지금도 '미니인턴' 외에 중고등과 대학생의 꿈과 비전을 찾아주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

-대학 졸업 전 하나고 방과후 교사 생활을 했다. 오픈놀이라는 회사 이름도 이때와 관련이 있다던데

"대학교 4학년때 하나고등학교가 방과후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이걸 보고 무작정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재수 시절 과외를 하면서 내가 가르치는 것에 재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나고에서 1년간 영어와 방과후 멘토링 프로그램을 가르쳤다. 하나고는 입시에 올인하는 학교가 아니다. 학생들이 승마, 수영, 권투, 해외여행 등을 두루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하나고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자유로웠을 뿐 입시 스트레스는 똑같이 받더라. 이에, 일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오픈놀이였다. Open Knowledge에서 따온 말이다. 이 동아리 지도교사를 내가 맡았다. 하나고 방과후 교사를 그만 둔 후에도 1년 정도 더 오픈놀 동아리를 지도했다. 당시 기억나는 학생이 있다. 수학을 아주 잘하는 학생이였다. '오픈놀' 동아리 영향을 받아 수학과를 안 가고 프린스턴대 신학과를 갔다. 지금도 그 학생이 고마워한다. '오픈놀'이 한명의 인생을 바꾼 거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오픈놀'도 마찬가지다. 교육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점수만 보고 가는게 아니라, 자기 적성에 맞춰 가야 한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대학 전공이 독특하게 3개(영어영문, 철학, 정치외교)다. 다 문과쪽이다. 그런데 대학때 코딩도 배웠다고 들었다.

"대학 3학년이던 2010년에 포스코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한 산학장학생에 뽑혓다. 당시 포스코가 산학장학생들에게 통섭(융합)을 강조하며 문과 장학생은 반드시 이과 과목을, 또 이과 장학생은 문과 과목을 들으라고 했다. 그래서 공학 수업을 여러 개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점수가 다 4점대였다. 컴퓨터가 논리다 보니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때 자바와 코딩을 배웠다."

-삼성SDS 인턴 경력도 있는데

"4학년 2학기때 삼성SDS가 수업 일환으로 연대에 프로젝트를 줬다. 3개월짜리 프로젝트였다. 이를 수행하면 인턴을 한 것으로 해줬다. 나는 기획을 맡았고 다른 두 명이 개발을 해 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기업 프로젝트를 처음해봤는데 아쉽게 입상하지는 못했다(웃음)."

-대학생때 5가지(학문, 종교, 여행, 이성, 돈)에 미쳐보고 싶었다고 들었다

"원래 영어영문학과로 들어갔고, 철학과와 정치외교학과도 추가로 공부해 전공으로 이수했다. 학문에 미쳐보고 싶어 졸업을 미루고 옥스포드, 스탠포드, 하버드, 예일, 에머슨 등 외국 유명 대학들을 순례했다. 옥스포드를 소개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였고, 문사철을 더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철학과 정치외교를 추가로 공부했다. 한문은 어릴때부터 배워 잘한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사서삼경을 뗐다. 종교에도 미쳐보고 싶어 동양철학과 기독교에 심취했었다. 불교, 도교, 노자, 장자를 배웠고 성경도 선교단체에 들어가 10번이나 읽었다. 특히 기독교는 불교, 유교, 도교 등 다른 종교에 없는 게 있다. 십자가 부분이다. 지금은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있다. 군대를 병(兵)으로 해병대를 갔다왔다. 해병대 995기다. 해병대에 있을때 흐지브지한 대학 생활을 하기 싫어 복학하면 다섯가지에 미쳐보자는 생각을 했다."

권인택 대표(왼쪽)가 지난 4월 열린 연세대 창립 137주년 기념식에서 창업 대상(동문 부문)을 받고 있다

-중기부 위탁을 받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업도 여러 개 하고 있다

"미니인턴 일환으로 서비스가 점점 확장된 개념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취준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진로의 다른 영역인 창업을 도와주게 됐고, 현재는 작게는 100평 규모, 평균 600평 규모의 취창업공간 10여개 정도를 운영하며 스타트업의 채용과 교육, 보육을 도와주고 있다. 교육과 보육 외에 투자도 한다."

-CEO는 리더다. 리더 관(觀)이 독특하더라.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리더를 정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언젠가부터 리더를 정의 하지 않기로 했다. 영속성 있는 기업의 편린들은 매출확장이 아니라 사람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인듯하다. 위태위태하게 강력하게 커나가는 모습에서 우연과 우연이 겹쳐나가는 멋진 주인공의 모습도 있고, 좀 더 돌아가더라도 함께 커나가는 모습도 모두 명작이 탄생하는 각자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오픈놀이란 회사의 가치인 '개개인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꾸준히 좁혀나가다보면 우리만의 정의(defination)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주변의 모순들에 흔들리지 않고 내갈길을 가는 분들이 계속 생기기에 문화가 생긴다고 본다."

-오픈놀의 기업 문화을 말해준다면

"40세 이전에 자기의 명확한 목표를 찾은 직원들은 창업시킨다는게 내 생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가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특히 그 사람, 그 한 사람을 채용하는게 아니라 팀 안에 들어왔을때 잘 적응하고 그 팀이 성장할 수 있을 지를 더 중시 한다. 청년들이 본인의 인생의 꿈을 찾는 것을 내 인생이란 생각으로 돕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오픈놀이다. 벤처기업이지만 직원 중 일부는 대기업보다 연봉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