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도 최근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투자 기관들과 각국 금융 당국이 이런 비재무적 사회적 책임을 주요 지표로 삼고 있어서다. 쉽게 말해 회사의 이익만 추구하느라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한 기업들에게는 투자의 손길이 끊기게 된다. 요즘 여러 기업들이 ESG 경영을 앞 다퉈 내세우는 이유다.
이런 기류 가운데, 최근 발생한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명품 플랫폼 ‘발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보면서 기업들에게 보안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기업의 의무이면서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도 보안은 기업을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평가 항목이어야 마땅해 보이는데 “두 회사와 시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일까”가 궁금해진다.
[☞밀리의서재 해킹 관련기사 보기]·[☞발란 해킹 관련기사 보기]
수년 간 취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들었던 얘기는 대다수 기업들의 우선순위에 있어 보안은 그다지 앞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기업에게 보안에 필요한 인건비와 시스템 구축비용은 더 큰 부담으로 인식된다. 일단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제 그리 놀랍지도 않게된 해킹 사고, 이로 인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무감각해져 버린 보안의 중요성을 기업들이 다시 떠올리고 끌어올릴 때다. 스타트업들도 예외일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때 아닌가. 해킹 사고를 일으키고도 어물쩍 사과하고, 잊히기를 기다리면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기업들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 KT 지니뮤직에 인수된 밀리의서재는 한국거래소에 이익미실현 특혜(테슬라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얼마 전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 올해 기업공개(IPO)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발란의 경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높이고자 1천억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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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 모두 회사 성장을 위해 지난 몇 년 간 인수합병과 스타 마케팅 등 대규모 투자로 브랜드 이름을 알리고 이용자를 확보하며 정신없이 덩치를 키워왔다. 보안에 투자하는데 있어 “아직 회사가 작아서”, “회사에 돈이 없어서”라는 변명이 가능한 시기에 한참 벗어나 보인다.
회사에 더 큰 돈을 끌어 모으기 전, 그 동안 놓친 게 없는지부터 꼼꼼히 챙기는 것이 먼저다. 이용자 안전과 직결된 보안은 특히 더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등을 돌리고 투자자들이 더 나은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됐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