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반년 만에 유럽 출장…반도체 장비 확보전 나설 듯

글로벌 경영 활동 시동...M&A 논의도 이뤄질 전망

디지털경제입력 :2022/06/07 09:03    수정: 2022/06/07 16:2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7일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각국을 방문하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파트너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이 부회장은 먼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관련 반도체 장비 확보 논의를 한 바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해서는 ASML의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EUV 장비는 1대당 2천억원 이상에 달하는 고가이며,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약 40대 정도뿐이다. 더군다나 EUV 장비 생산을 위한 반도체 또한 부족해지면서 EUV 장비 품귀현상이 더 심각해졌다. ASML에 따르면 올 1분기 출하된 EUV 장비는 단 3대뿐이었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는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EUV 장비 경쟁 확보에 가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왼쪽부터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피터 버닝크 ASML CEO(사진=삼성전자)

이번 출장에서 인수합병(M&A) 관련 논의가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유럽의 글로벌 인맥을 복원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유력 M&A 대상 기업으로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독일 차랑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등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지난 5년간 대형 M&A를 중단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재판부에 출장으로 인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 불출석 의견서를 냈으며, 이에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10일과 16일 재판에 대해 불출석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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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미국, 중동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 내 글로벌 인맥을 복원하며 반도체 장비 수급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출장에 나서는 날은 공교롭게도 29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 보라”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 나온 날이기도 하다. 신경영 선언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임원들을 불러 모아 위기감을 공유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것을 이른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